네이버는 ‘전략 드라이브’ 카카오는 ‘AI 베타’… 엇갈린 해외 공략
||2025.06.04
||2025.06.04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경영 복귀 이후 중동·북미·인도 등 주요 지역에 전략적 거점을 구축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반면 카카오는 여전히 대다수 사업이 내수 중심에 머물러 있다. 카카오가 콘텐츠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쌓는 것과 별개로 플랫폼과 AI 전략의 명확한 글로벌 비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진 의장 복귀 후 글로벌 무대 넓히는 네이버
미국에 방문 중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넷플릭스 본사 경영진과 만난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말 네이버와 넷플릭스가 체결한 사업 제휴가 상호 고객층 확대라는 성과를 낸 영향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와 넷플릭스는 ‘네넷’ 협력을 통해 월 4900원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가입하면 넷플릭스의 월 7000원짜리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멤버십 가입자 수가 일평균 1.5배 상승하고 넷플릭스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400만명쯤 증가한 1400만명을 달성했다.
최수연 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이사회로 복귀한 이후를 기점으로 글로벌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5월 말에는 최수연 대표가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와 함께 대만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났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만나 ‘소버린 AI’를 논의했다. 소버린 AI는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네이버의 AI 전략이다.
네이버는 이 의장 복귀 시점에 맞춰 조직도 개편했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담당하는 ‘전략사업 부문’, 북미 시장을 담당하는 ‘전략투자 부문’, 인도·스페인 등 신규 시장을 담당하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이 신설됐다. 이해진 의장이 자신의 심복들에게 글로벌 공략을 맡긴 모양새다. 전략사업 부문은 대외·ESG를 담당하던 채선주 대표가, 전략투자 부문은 김남선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대표를 맡았다. 테크비즈니스 부문은 최인혁 전 네이버 COO가 이끈다.
네이버는 세 곳의 거점 외에도 아시아 공략을 위해 대만을 전진기지화 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3300만 인구 중 3200만명쯤이 메신저 ‘라인’을 사용하는 지역으로 네이버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올해 네이버는 협업도구 ‘라인웍스’를 현지화해 대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 네이버는 서비스형 GPU(GPU as a Service) 등 B2B 서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플랫폼 한계 드러나는 카카오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에서 글로벌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한 게임·웹툰·음악 콘텐츠 사업은 북미·일본·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문제는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 사업이다. 플랫폼 사업은 최근 성장이 정체된 모양새다. 또한 콘텐츠 매출에 집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은 플랫폼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성장동력을 모색하려면 플랫폼 부문의 글로벌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는 카카오의 다음 기회가 베타 테스트 중인 AI 메이트 ‘카나나’로부터 나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카나나라고 안심하기 어렵다. 카카오 카나나는 AI 에이전트 역할을 할 AI 챗봇이다. 경쟁 상대가 문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이 카카오의 카나나와 경쟁한다. 카카오가 카나나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정교하게 구상해야 하는 셈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카나나는 AI 메신저 특성상 일정 기간 이용자 경험이 축적돼야 효용성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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