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미쳤어요” … 입이 ‘쩍’ 벌어지는 할인 소식에 업계 ‘심각한 위기감’
||2025.05.31
||2025.05.31
“중국 1위,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BYD의 최근 행보엔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상징이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BYD가 최근 선택한 전략은 놀랍게도 ‘초저가 할인’이었다. 그 배경에는 치열한 생존 싸움과 재무 압박이라는 거대한 그늘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식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이 움직임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 공격적 마케팅이 아니다.
오히려 점점 커져만 가는 부채, 밀려드는 재고, 그리고 글로벌 판매 전략의 한계를 돌파구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라는 해석이 많다. 거침없는 성장 뒤에 숨겨졌던 현실, BYD는 지금 위기라는 커다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BYD가 최근 중국 현지에서 자사 전기차 22개 모델에 대해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갔다. 할인폭은 충격적이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중형 SUV ‘씨라이언 7’은 800만 원가량 인하돼 2천만 원 후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가격이 18만 9,800위안(한화 약 3,630만 원)이던 씨라이언 07 EV는 14만 9,800위안(약 2,85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관련 업계는 이같은 할인 배경에 대해 “판매 목표 미달”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BYD는 올해 55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했지만, 4월까지 실적은 138만 대에 그쳤다.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아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 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승용차 재고는 350만 대를 넘겼다.
BYD의 할인 공세는 단순한 판촉이 아니었다. 최근 BYD의 부채는 4,000억 위안, 한화로 76조 원을 돌파했다. ‘디롄’이라 불리는 자사 특유의 어음 시스템은, 부품 대금을 8~12개월이나 미루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이 시스템은 협력사 입장에서 사실상 ‘돈 없는 거래’다. 자금이 급할 경우 어음을 할인해 현금화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BYD의 행보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한 거래가 지나치게 앞당겨진 모습”이라며 “운영이 불안정한 사업체가 당장의 현금 흐름을 위해 미래 고객의 약속부터 받아놓는 방식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BYD의 고속 성장이 어음 돌려막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413만 7,000대로 전년 대비 43% 이상 늘었지만, 이면에는 어음 부채가 쌓이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고율 관세 장벽 앞에서 BYD는 신흥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가 새 무대로 떠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리튬 채굴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전 과정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현지화’ 전략에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지역에는 생산시설 구축이 한창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리튬 가공공장이 이미 나이지리아에서 가동 중이며, BYD는 케냐, 남아공, 나이지리아에 인기 모델 ‘돌핀’ 등을 투입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케냐 전기버스 스타트업의 CEO는 “아프리카 시장은 가격에 민감한데, 중국 전기차가 그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의 한 연구원은 “아프리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 유럽과 미국 수출분 전체를 대체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BYD는 더 이상 ‘테슬라 킬러’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가격 인하, 재고 처분, 부채 증가, 수익률 하락까지 맞물리며 위기 신호가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BYD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에 헝다처럼 무너지진 않겠지만, 지금의 할인 경쟁이 지속된다면 더 큰 구조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파격 할인은 단순히 소비자에게 좋은 뉴스가 아니라, BYD가 안고 있는 불안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신호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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