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 벌 생각에 고향 등지나”… 현대차 계산서에 나온 잔혹한 현실에 ‘씁쓸’
||2025.05.30
||2025.05.30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전기차 생산라인이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생산을 멈춘다.
전기차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을 만드는 핵심 라인이지만, 판매는 부진했고 수출은 바닥을 쳤다. 2025년 들어서만 세 번째 정지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 수요 정체가 현실이 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최대 600만원에 이르는 할인 프로모션을 펼쳤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아이오닉5는 올해 1~4월 수출량이 작년보다 64.9%나 줄었고, 코나EV도 42.1% 감소했으며, 미국 수출은 88.4%나 급감했다. 국내외 모두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차는 위기 속에서도 미국에서 ‘웃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에서는 전기차를 만들수록 돈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메타플랜트(HMGMA)를 세웠다. 땅값은 ‘0원’, 여의도의 4배 땅을 무상으로 임대받았고, 고속도로와 공항까지 연결 가능한 인프라도 따라왔다.
또한, 설비도 최신이라 생산성은 울산보다 3배 높고, 여기에 10만 대 생산에 미국은 880명의 인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울산은 3배 인력이 동원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전기요금도 한국보다 51.7% 저렴하며, 임금조차 미국이 낮다.
결국 미국은 차를 싸게 빠르게 만들고 팔기까지 쉽다. 태평양을 건너는 물류비도 필요 없어,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미국 생산을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우리는 단지 공장을 짓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며, “관세를 피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미국에서도 저탄소 철강을 활용한 차량 생산이 요구될 것이기에 그 일환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울산 공장의 4월 자동차 수출은 작년보다 21.2% 줄었고, 전기차 수출은 무려 64.7%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면 국내 공장 하나쯤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한 뒤, 미국은 고율의 관세 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한국산 전기차에는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돼, 완성차 업계는 이를 ‘관세폭탄’이라 부르며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재개되면서, 한국에서 만든 차를 미국에 수출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까지 염두에 둔 다층적인 생산 전략이 필요해졌다. 한미 통상환경의 변화는 이제 기업 전략의 변수가 아닌, 전제조건이 됐다.
현대차는 이제 전기차 한 우물만 파지 않는다. 전기차 수요가 점차 꺾이자,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하이브리드는 이미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1~4월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30만 대를 넘어섰는데, 이 중 19만 대는 하이브리드였다. 전년보다 45%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EREV는 엔진이 발전기 역할만 하는 형태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과도기적 모델이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거의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와 EREV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아직 수익성이 낮지만, 하이브리드는 만들자마자 수익이 난다”고 평가한다. 다만 전기차 경쟁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어, 기술 개발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대차는 이제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기업’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이면엔 국내 생산기지의 흔들림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로 뻗는 현대차’의 성공이, ‘울산의 침묵’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넘길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