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주유보다 빠른 전기차 등장? ‘100초 배터리 교체’ 상용화

중국 창안자동차가 2025년 5월 25일,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교체형 배터리 기술인 ‘초코-SEB(Choco-SEB)’를 탑재한 첫 전기차 모델 ‘오샨 520(Oshan 520)’의 첫 1,000대를 공식 인도했다고 밝혔다.

오샨 520은 CATL의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단 100초 만에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과 유사한 수준의 속도를 구현하며, 배터리 교환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EV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창안자동차는 이번 모델에 대한 사전 주문이 1만 5,000건을 돌파했다고 밝히며 시장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차량 가격은 중국 현지 기준으로 16만 6,800위안(한화 약 3,100만 원, 미화 약 2만 3,100달러)부터 시작하며, 중국 CLTC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15km에 달한다.

CATL, 충칭 중심의 교환 인프라 확산…연말까지 50개소로 확대

CATL은 창안자동차 본사가 위치한 충칭시에 이미 34개의 초코-SEB 교환소를 구축했다. 올해 말까지 해당 지역에 총 50개 이상의 교환소를 운영할 계획이며, 2025년 말까지 중국 전역 31개 주요 도시에 총 1,000개소의 교환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은 단순히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프라 경쟁력에서도 CATL이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코-SEB 시스템은 기존의 고정식 배터리 전기차가 겪는 충전 시간 문제와 배터리 열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빠른 속도와 낮은 사용자 스트레스로 인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중국 완성차 업계, CATL과의 파트너십 확대

CATL의 교체형 배터리 기술은 창안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GAC, 체리(Chery), 니오(NIO), 제일자동차(FAW), 북경자동차(BAIC) 등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초코-SEB 기반 전기차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 내에서 교체형 배터리 플랫폼이 하나의 유력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2025년 1~2월 기준 전 세계 EV 배터리 시장 점유율 28.8%를 기록하며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26.9% 대비 증가한 수치로, CATL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선웅의 '뉴스 인사이트'

‘100초 배터리 교환’이라는 기술적 편의성과 충칭을 중심으로 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은, 전기차가 직면한 ‘충전 대기 시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CATL은 배터리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니오가 독자적인 배터리 스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CATL의 초코-SEB는 다수 OEM과의 연합을 통해 확장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는 향후 배터리 교환 생태계에서 니오와 CATL의 경쟁 구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CATL의 방식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시장에서도 새로운 전기차 인프라 모델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도심 배달, 택시, 라이드헤일링 중심의 상업용 EV 시장에서는 배터리 교체 방식이 차량 가동률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다만, CATL이 계획하는 ‘1,000개 교환소 구축’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복잡한 표준화 문제, 그리고 각 제조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글로벌 확산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CATL의 기술력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니오와 같은 독자 생태계와 병존할지, 배터리 교체 방식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요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는 향후 1~2년 내에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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