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공습’에 토종 포털 흔들리나… 네이버·카카오 대응은
||2025.05.29
||2025.05.29
구글이 13년 만에 검색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2.5 기반의 'AI 모드'를 도입해 AI 검색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향후 우리나라 포털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 ‘I/O 2025’를 열고 검색엔진에 통합된 ‘AI 모드’를 공개했다. 구글은 올해 초부터 구글 랩스(Labs)에서 AI 모드를 테스트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최종 버전은 몇 주 내로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지닌 독점적인 지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퍼블렉시티,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중화로 구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검색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며 "AI 모드는 더 깊이 있고 신뢰성 높은 검색 결과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어 구글 검색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AI 모드는 더욱 고도화된 추론 능력과 멀티모달 처리 기능, 후속 질문, 유용한 웹 링크를 제공한다. 기존 구글 검색 대비 2~3배 긴 질문을 검색할 수 있고, AI가 텍스트 답변과 함께 구글 지도·그래프 등 시각적 결과를 포함한 정확한 답을 도출한다.
구글의 독자 기술도 내재됐다. 대표적으로 '쿼리 팬-아웃(query fan-out)' 기술은 이용자의 질문을 여러 하위 주제로 나누고 수많은 쿼리를 동시에 실행, 웹상에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발견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질문에 맞는 관련성 높은 콘텐츠를 찾도록 지원한다.
AI 모드에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2.5(Gemini 2.5)의 맞춤형 버전이 들어갔다. 제미나이 2.5 버전은 추론 능력이 강화된 사고모델로 답변 정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LMArena 리더보드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하며 우수성을 입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의 이번 행보를 두고 향후 우리나라 검색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은 점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검색 점유율을 늘려왔는데, 고도화된 생성 AI 적용으로 시장 내 입지가 더욱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은 34.92%다. 2015년 점유율이 7.31%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약 5배 확대된 것이다. 국내 1위 포털사인 네이버는 같은 기간 동안 78.06%에서 58.83%로 쪼그라들었다.
세계적으로 검색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토종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응에도 관심을 모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검색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대해 "생성형 AI 서비스로 인한 트래픽 악영향은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3월부터 생성 AI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을 통합검색 서비스에 도입했다. AI 브리핑은 자체 LLM(하이퍼클로바X)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요약된 답변과 출처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의 커버리지를 현재 1%에서 올해 안에 두 자릿수로 넓힐 계획이다. 또 이미지 검색 기반 멀티모달 서비스와 영어·일본어 등 다국어 지원 기능을 순차 도입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Daum)을 담당하는 콘텐츠CIC를 분사, 신설법인을 세우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현재 다음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2.6%다. 카카오는 독자적인 경영 구조 기반을 확립해 다음의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신설법인은 숏폼, 미디어, 커뮤니티 등 다음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는 동시에 AI, 콘텐츠 등 카카오와 시너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퍼블렉시티의 등장으로 검색 문화가 AI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이러한 관심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라며 "토종 포털은 국내 시장과 문화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방대한 국내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강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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