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커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반토막’…K배터리, 가성비 라인업 늘린다
||2025.05.29
||2025.05.29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기존 강점인 프리미엄급 배터리뿐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리튬망간리치(LMR), 미드니켈 등 가성비를 앞세운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저가 공세로 경쟁 우위를 점한 중국 기업에 맞대응하고 북미·유럽 완성차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치다.
‘캐즘’은 핑계…中 저가 공세에 맥 못춘 K배터리
2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221.8GWh(기가와트시)로, 2024년 동기보다 38.8% 증가했다. 2021년 1분기(49.2GWh) 대비로는 사용량이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배터리 사용량 증가 추세에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해가 갈수록 하락세다. 4년 전인 2021년 1분기 3사의 점유율 합계는 33.2%에 달했지만 2025년 1분기는 18.7%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분기에 점유율 22.1%를 기록하며 당시 1위 CATL(28.5%)와 쌍벽을 이뤘다. 하지만 올 1분기 10.7%로 1위 CATL(38.3%)에 큰 격차로 밀렸다. SK온과 삼성SDI의 점유율도 각각 올해 1분기 4.7%와 3.3%에 그쳤다. 2021년 1분기 당시 5.3%와 5.8%에서 더 쪼그라들었다.
전기차 대중화 위한 맞춤형 배터리 제작 안간힘
업계에선 국내 3사의 부진이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보다는 LFP를 중심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에 공세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3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 마련에 나섰다. 값싸고 성능 좋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에 힘쓰는 완성차에 맞춤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함께 개발한 LMR 배터리를 2028년부터 상용화하기로 했다. LMR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낮추고, 저가의 망간 함량을 높여 생산 원가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망간 비율이 60~65%로,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10~30% 안팎) 대비 최대 6배쯤이다. GM은 LMR 배터리가 LFP 배터리 대비 같은 비용으로 33%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8년 양사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공장에서 양산한 LMR 배터리를 2028년 GM 전기 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와 대형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에 탑재할 예정이다.
SK온은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선보였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배터리 중 니켈 함량이 50∼70%인 배터리를 뜻한다. 고에너지밀도의 하이니켈 NCM 배터리와 가격 경쟁력·열 안정성이 우수한 LFP 배터리의 특성을 균형 있게 갖춘 제품이다.
SK온이 개발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는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고전압을 활용했다. 여기에 양극 계면 보호 전해질 첨가제, 단결정 활물질, 특수 도핑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 미드니켈 배터리의 안정성과 수명을 향상시켰다.
SK온은 1일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파우치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상품성 개선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건식 코팅 등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파우치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미드니켈 제품을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도 인터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에서 각형 미드니켈 NMX(코발트프리)를 선보였다. NMX 배터리는 삼성SDI의 중저가 배터리 전략 중 하나다. 니켈 함유량을 줄이고 코발트를 빼는 대신 망간 비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준중형급 전기차 시장을 타깃으로 고전압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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