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이번엔 로봇 정조준…전기차 캐즘 넘는다
||2025.05.28
||2025.05.28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차세대 생존 무대로 ‘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외 영역을 미래 핵심 포트폴리오로 삼고, 전동화 다음 격전지로 ‘로봇 배터리’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에 자사가 개발한 4680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2170 배터리보다 5배 높은 에너지 밀도와 6배 높은 출력과 안정성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가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 4680 배터리 상용화를 발표하면서 관련 배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초 지난해 테슬라에 해당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납품 일정이 밀렸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테슬라의 제품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옵티머스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비스 로봇 제조사 베어로보틱스와도 전용 배터리 단독 공급 계약을 체결, 서비스·산업용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기로 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로봇을 포함한 비전기차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선 상태”라며 “관련 성과가 재무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전고체·바이폴라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삼성SDI는 현대자동차·기아와 손잡고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2월 양사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와 배송 특화 로봇 모베드(MobED)을 선보이기도 했다.
SK온은 배터리 기술을 넘어 로봇 생태계 진입을 노리고 있다.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 전문업체 유일로보틱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콜옵션(매도청구권) 조건을 포함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로봇 시장진출 기대감을 키웠다. 현재 SKBA는 유일로보틱스의 2대주주로, 향후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SK온이 유일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배터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로봇용 배터리 개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전기차 시장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로봇, 국가도심항공모빌리티(UAM), 웨어러블 등 고밀도 특수 배터리 수요 선점이 배터리업계의 ‘제2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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