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세계 최초로 고분자 나노구조 진화과정 관찰 성공…나노소재 설계 방향 제시
||2025.05.26
||2025.05.26
국내 연구진이 실시간 액상 투과전자현미경(LP-TEM)을 활용해 블록 공중합체가 용액 속에서 스스로 조립되고 나노구조로 진화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그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스케일링 이론(결정성 블록 공중합체가 용매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접히고, 에너지가 가장 안정한 형태로 조립된다는 이론)'의 핵심 가설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정교한 나노소재 설계를 위한 과학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은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결정성을 가진 블록 공중합체가 용액 속에서 스스로 조립되고 나노입자로 진화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정량적으로 분석했다고 26일 밝혔다.
블록 공중합체는 서로 다른 종류의 고분자 블록들이 화학적으로 연결된 고분자다. 각 블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나노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연구팀이 활용한 실시간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은 액체 상태의 시료를 관찰할 수 있는 특수 전자현미경으로, 고분자가 용액 안에서 변형되거나 조립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고해상도로 볼 수 있다.
자연계는 복잡한 구조를 스스로 만드는 '자기조립'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는 고성능 나노소재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분자 자기조립 기술은 균일한 나노구조를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나노소재 개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결정성 고분자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돼 왔고, 용액 상태에서 실시간 관찰이 어려워 구조 형성 원리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분자 결정화는 고분자 사슬이 스스로 접히고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현상으로,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복합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결정화 유도 자기조립'은 고분자의 결정화가 구조 형성을 이끄는 원리로, 분자 배열의 규칙성과 입자 구조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광전자,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결정화와 블록 간 분리가 동시에 일어나는 복잡성 때문에 지금까지는 구조 전이의 구체적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생분해성 생체적합 고분자인 폴리에틸렌옥사이드-블록-폴리카프로락톤(PEO-b-PCL)을 이용해 분자량과 블록 구성비에 따른 자기조립 과정을 LP-TEM으로 실시간 관찰했다.
그 결과, 결정성이 없는 고분자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형 나노입자들이 측면 결합을 통해 실린더나 도넛형 토로이드 형태로 진화하는 현상을 명확히 포착했다. 결정성 코어 블록이 시스템의 에너지를 낮추기 위해 낮은 곡률, 즉 더 평평한 계면을 선호하는 특성 때문이며,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스케일링 이론'의 핵심 가정을 실험으로 입증한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
연구팀은 안정적인 저차원(1D, 2D) 나노구조 형성에 결정화가 매우 유리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미는 단순히 나노구조의 형상을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대별 영상 데이터를 정량 분석해 입자의 이동 경로, 조립 속도 등 수치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특히 구형 입자들이 결합하는 방식과 시간을 추적해, 입자 간 상호작용과 자기조립 메커니즘을 정량적으로 설명했다.
결정성 블록의 단단함(경직성)과 곡률 제어 능력이 나노구조 진화(구형 마이셀→실린더→도넛형 토로이드→이중막 구조의 베지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 과정은 무작위로 퍼지는 정상 확산이 아닌, 장거리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립되는 비정상 확산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나노구조의 형성과 진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정량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결정화 유도 자기조립이라는 복합 현상이 나노구조의 진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기능성 나노소재의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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