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조준’ 네카오, 내수 한계 넘을 성장동력 찾는다
||2025.05.21
||2025.05.21
네이버와 카카오가 북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수 성장의 한계를 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외에서 신규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해외 전략·투자 담당 조직 개편을 마치고 내달 미국에서 신규 투자 법인 ‘네이버벤처스’ 설립을 논의한다. 네이버벤처스는 기존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네이버 D2SF와 달리 AI 등 대규모 기술 투자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비욘드코리아(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북미에 새 콘텐츠 자회사 ‘KEG’를 세웠다. KEG는 2023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세운 북미 통합 법인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KEG는 음악과 더불어 스토리(웹소설·웹툰 등)·미디어(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는 물론 현지 IP를 발굴하는 형태의 신사업 영역까지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북미 진출은 국내 매출 의존도는 줄이고 글로벌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네이버, 북미·중동 양방향 전략…이해진 복귀로 ‘가속’
네이버의 경우 공시로 별도 해외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포시마크를 포함해 약 14%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특히 북미에서 웹툰 사업을 영위 중인 콘텐츠 부문의 매출 비중(16%)과 기술 수출의 엔터프라이즈(4%) 부문의 매출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매각설 논란이 있는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아픈 손가락이자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메신저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 공략의 핵심 플랫폼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매각설 등으로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모멘텀 부족에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란 점도 해외에서 신규 수익을 찾아야 하는 배경이다. 테크 기업은 실적만큼이나 주가 부양을 일으킬 새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주가는 2월 23만원대로 올해 최고점을 찍은 후 현재 18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 6월 고점이었던 17만3000원 대비 70% 이상 급락한 상태다.
이해진 의장 복귀로 네이버 경영 시계가 빨라진 점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실제 네이버는 보다 속도감 있게 글로벌 사업을 펼치기 위해 조직 개편도 끝마쳤다. 대표적으로 김희철 네이버 CV센터장을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기존 김남선 CFO는 네이버 전략 투자 대표로 조직을 정비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개척한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를 신설된 전략 사업 부문 수장으로 앉혔다. 최근엔 CEO 직속의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책임자에 이해진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대표로 불러들였다.
신설된 테크비즈니스는 글로벌 신시장(인도, 스페인) 개척과 AI 기반 헬스케어 사업 강화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기존 커머스, 콘텐츠를 넘어 네이버의 해외 사업 다각화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진 의장은 다음달 5일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참석을 통해 한인 창업자·엔지니어들과 만나 글로벌 투자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네이버 AI 전략의 글로벌 재정비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소버린 AI’와 ‘온디바이스 AI’를 중심으로 검색, 광고, 쇼핑 등 주요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고 있으나, 자사 LLM(하이퍼클로바X)은 한국어 특화 모델로 글로벌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4월 공개한 경량 모델 3종 역시 국내 시장 위주였고, 상반기 예정된 AI 추론 모델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네이버는 중동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사업을 수주했으며, 2월에는 중동 총괄 법인을 설립했다. 향후 합작법인(JV) 형태로 아랍어 기반 LLM, 지능형 로봇 협업도 추진 중이다.
몸집 줄이는 카카오…계열사 정리 가속화
내수 의존도가 높은 카카오는 올해 전체 매출의 30%를 해외로 채우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콘텐츠 사업 부진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1분기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8707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16% 줄었다. 같은 기간 게임 사업 매출은 40% 급감했고, 음악 사업은 6% 줄었다. 카카오의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10%대에서 2022년 20%대로 훌쩍 뛰었지만, 2023년엔 역성장했고 2024년엔 여전히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AI 사업 강화를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1분기 실적 부진으로 당장에 수익성 개선은 숙제다. 또 2분기는 톡 개편, 카나나 등 국내 AI 서비스에 집중돼 있어 자칫 글로벌 동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카카오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기준 147개에서 넵튠 매각이 완료되면 104개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을 일제히 정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포털 다음 분사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한다. 점유율 하락, 수익성 부진이 원인이다. 장기적으로는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사측은 선을 그었지만,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도 여전하다. 두 회사는 카카오의 해외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공략의 핵심 키는 카카오엔터로 꼽힌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연예기획사·제작 등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다. 카카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 비중은 46.7%다. 이 중 대다수 해외 매출은 웹툰 '카카오픽코마'가 책임지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M&A로 외형을 키웠지만 업황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 약 1조원을 투자해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와 타파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하며 글로벌 엔터 사업자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출은 지난해 기준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룡 OTT 등장으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심화, 콘텐츠 투자 위축 여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카카오엔터가 북미 통합 법인 외에 별도의 콘텐츠 자회사를 세운 것은 시장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시장은 2020년 2조1200억 달러(약 3109조원)에서 올해 2조8500억달러(약 418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32년에는 규모가 6조600억달러(약 8889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