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전기차’ 돌풍… 다시 살아나는 전기차 시장
||2025.05.20
||2025.05.20
한때 수요 둔화로 정체를 겪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부담을 낮춘 대중형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정부가 보조금을 조기에 확정한 것이 소비자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1분기 기준으로 2020년 1만763대, 2021년 1만3273대, 2022년에는 2만7853대, 2023년에는 3만4186대가 각각 판매됐다. 하지만 2024년 1분기에는 다시 2만5550대로 주춤했다. 이는 전기차 화재 사고와 충전 인프라 불편, 보조금 축소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2025년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3만34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시장이 11.3%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유종별 판매 증가율에서도 전기차가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하이브리드는 5.7% 증가했고, 가솔린은 0.2% 감소, 디젤은 27.7% 급감했다.
업계는 이 같은 반등의 배경으로 ‘가성비 전기차’의 등장을 꼽는다. 완성차 업계는 3000만~4000만원대 전기차를 앞세워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출시한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1월 186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2월 1061대, 3월 1185대로 급증했고, 4월에도 783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내연기관 캐스퍼보다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량은 ▲1월 740대 ▲2월 232대 ▲3월 840대 ▲4월 672대였다.
기아의 ‘EV3’도 전기차 판매를 견인하는 주력 모델로 자리잡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8775대로, ▲1월 429대 ▲2월 2257대 ▲3월 3032대 ▲4월 3057대를 기록했다. 최근 출시된 세단형 전기차 ‘EV4’도 4월 한 달간 831대가 팔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반면 대형 SUV 전기차인 ‘EV9’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447대에 그쳤다. EV4 한 달 판매량의 절반 수준이다.
기아 영업 일선 관계자는 “전기차를 찾는 고객 대부분이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EV3와 EV4는 3000만~4000만원대 가격에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도 500km 이상이라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 업계도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4000만원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를 앞세워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22년 9월 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693대로, 수입 전기차 중 유일하게 5000대 고지를 넘었다. 연도별 판매량은 ▲2022년 1276대 ▲2023년 993대 ▲2024년 2613대이며, 올해 1~4월에는 811대가 팔렸다.
볼보는 소형 전기 SUV ‘EX30’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SEA를 기반으로 설계된 EX30은 올해 2월 판매 가격을 최대 333만원 인하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올해 1~4월까지 총 658대가 판매됐다.
중국 BYD도 올해 3월 소형 전기 SUV ‘아토3’를 국내에 출시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출시 첫 달에만 543대를 인도하며 수입 전기차 시장 1위에 올랐다. BYD는 연내 전기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 7’도 국내 선보일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큰 차 선호’에서 ‘가성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전기차 선택 시 가격, 주행 성능, 보조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성비 전기차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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