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에 울린 이세계 아이돌 함성…버추얼 경계를 허물다 [르포]
||2025.05.18
||2025.05.18
낮 동안 맑았던 하늘이 해가 지기도 전에 어둑해지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이렇게 비가 퍼부어도 고척스카이돔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고척돔에서 진행된 ‘이세계 페스티벌 2025’의 마지막날이라서다. 이날 마지막 공연주자로 나선 버추얼 아티스트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의 무대는 놀라웠다. 버추얼 아티스트의 공연은 실제 아티스트 공연과 별 차이 없이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17일 패러블엔터테인먼트와 KT지니뮤직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이세계 페스티벌 2025’ 이틀 차 공연을 진행했다. 이세계 페스티벌(이세페)은 올해 16일과 17일 현실 아티스트와 버추얼 아티스트가 펼치는 라이브 공연으로 구성된다. 이날 공연에는 10CM,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선미, AKB48, SOORIN, 윤마치, 엔플라잉(N.Flying), 트리플에스(tripleS), 이세계 아이돌이 출연했다.
이세계 페스티벌은 아티스트마다 2~3곡씩만 공연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6곡 이상을 공연하고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음 아티스트가 나오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이세계 아이돌은 스타게이저(Stargazers), 엘리베이트(Elevate), 메모리(Memory), 미스티 레인보우(Misty Rainbow) 등 무대를 선보였다.
이세계 아이돌의 공연은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1시간짜리 단독 콘서트처럼 구성됐다. 무대 자체는 현실 아티스트와 같았다. 공연 내내 메인 스크린을 중심으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스크린과 관객 간의 거리감을 의식하지 않도록 공연 중간중간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세계 아이돌 6명의 멤버가 함께 부르는 단체곡부터 멤버별 솔로·유닛 커버곡 등이 섞인 형태로 공연 구성만 다른 아티스트보다 다양했다.
버추얼 아티스트의 공연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버추얼 공연은 현실 아티스트의 공연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세계 아이돌 팬덤 ‘이파리’는 이세계 아이돌의 등장에 열광했다. 이세계 아이돌의 공연은 노래 부르며 군무를 추는 모습이 현실 아이돌과 비슷했다.
비슷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연장 규모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척돔은 2만명쯤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건 무대와 가까운 플로어석이 아니라면 맨눈으로는 버추얼과 현실을 가릴 것 없이 공연하는 가수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멀어서 너무 작게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은 현실·버추얼 가릴 것 없이 메인무대 좌우로 배치된 대형 스크린 위주로 보게 된다.
물론 현실 아티스트와 버추얼 아티스트 공연의 차이도 있었다. 우선 이세계 아이돌을 비롯한 버추얼 아이돌은 스크린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직전에 공연한 보이넥스트도어나 선미처럼 돌출무대를 이용하지 못했다.
무대효과가 스크린을 가린 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세계 아이돌이 공연한 ‘미스티 레인보우(Misty Rainbow)’는 공연하는 내내 배경으로 무지개가 뜬 맑은 하늘을 띄워놨는데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먹구름이 낀 것처럼 화면을 가렸다.
이는 현실 아티스트와 버추얼 아티스트 공연의 특성 차이를 무대연출 측면에서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K팝은 ‘보는 K팝’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노래 부르며 추는 칼군무 같은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현실 아티스트 공연에서는 여러 명이 합을 맞춰 추는 춤의 동선이 보인다. 대형 스크린이 직캠처럼 멤버 개개인을 비추더라도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움직이는 아티스트의 실루엣은 맨눈으로도 관측된다.
반면 버추얼 아티스트는 스크린을 가리는 무대효과를 사용할 경우 관객이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 불꽃이야 금방 사라진다고 하지만 연기는 뿌옇게 남아 바로 사라지지도 않고 화면을 가렸다. 무대연출 방식이 더 섬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을 가리면 공연을 하는 이와 공연을 보는 이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기 정도로는 고척돔의 환호를 줄일 수 없었다. 어떤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도 고척돔을 가득 채운 이들은 함성을 보냈다. 버추얼 아티스트와 현실 아티스트의 차이는 없었다. 수천명이 같은 장면을 동시에 보고 함께 환호했다.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은 팬들의 응원소리와 함성이 구현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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