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내·항구 곳곳에 전기차 충전기… 전동화 힘쓰는 스페인
||2025.05.18
||2025.05.18
지난달 28일 스페인 동부 해안에서 약 150㎞ 떨어진 곳에 있는 이비사(Ibiza) 섬 공항. 출·도착 터미널과 활주로가 한 개뿐인 공항이지만 주차장에는 별도의 전기차 충전 구역이 있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시내 중심부와 항구 인근 곳곳에서도 녹색으로 칠해진 전기차 주차면과 충전기가 눈에 띄었다.
렌터카 업체가 제공하는 전기차 옵션도 다양했다. 주요 차량으로 테슬라 모델 3, 푸조 e-208, e-3008, 르노 조에(ZOE) 등이 있었다. 전기차를 선택하면 차량 통행 제한 구역(ZBE, 저배출 지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ZBE는 스페인 내 149개 도시에 지정돼 있고 이곳을 지나려면 내연기관차는 차량을 등록하고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연료, 연식에 따라 일부 내연기관차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최소 200유로(약 31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견인 조치되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어기면 벌금, 통행 제한 구역이 확대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비사 섬이 속한 스페인 17개 자치주(州) 중 하나인 발레아레스 제도는 전동화(전기로 움직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중해를 대표하는 휴양지 이비사, 마요르카, 메노르카, 포르멘테라 등 네 개의 섬으로 구성된 제도를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탄소 배출량 감축이나 환경 보호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부터 전기차 산업 육성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스페인 내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유치하며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한편, 전기차 구매, 충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자동차산업협회(ANFAC)에 따르면 올해 1~4월 스페인 내 친환경차(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독일에 이어 유럽 자동차 2위 생산국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전기차 관련 시장이 몸집을 키우면서 국내에서도 스페인을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낙점한 기업들이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카탈루냐주에 동박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나바라주에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 시스템(BSA)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속도는 더디지만, 발레아레스 제도는 청정에너지 도입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오는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으로, 2050년에는 100% 재생에너지만 쓰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발레아레스 제도의 연간 재생에너지 활용률은 14.6%를 기록했다.
스페인 전체로 보면 이미 지난해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는데, 2030년까지 그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원별로는 풍력(23.2%), 태양광(17%) 등 비율이 높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스페인 전력 생산에서 풍력,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스페인 안팎에선 재생에너지 의존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낮 12시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정전이 장시간 지속되며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력 수급 불안정, 이상 기후, 전력망 노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독립된 전력망을 갖춘 탓에 이비사 섬을 비롯한 발레아레스 제도는 이번 정전에 따른 피해가 없었다. 공항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일부가 취소된 것을 제외하고 지연 등 운영에 차질을 빚을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발레아레스 제도의 마요르카·메노르카, 이비사·포르멘테라 섬을 연결하는 두 개의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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