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ory]현대카드가 해외에 AI 소프트웨어 팔겠다고 나선 까닭은
||2025.05.14
||2025.05.14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는 것을 넘어 그전에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바람을 현실화하는게 쉽지 않은게 현실.
이런 가운데 신용카드 회사인 현대카드가 일본에 AI 소프트웨어를 수백억원 규모로 수출하는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자체 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UNIVERSE)'를 일본 빅3 신용카드사 중 하나인 SMCC(스미토모 미쓰이 카드)에 수출했다. 현대카드는 유니버스 해외 판매를 이번 한번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본을 넘어 중동, 유럽, 호주 등으로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현대카드에서 디지털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배경화 부사장은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밋 서울 2025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현대카드는 금융 업계에서 AI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첫번째 회사로 알고 있다. 금액으로 따져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단일 건수로는 최대 규모일 것이다"면서 "AWS와 협력해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 이미 여러 나라들에서 판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카드 2002년 이후 국내 신용카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2년 1.8%에서 지금은 10배 성장한 18%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만만치 않다. 지금처럼 주요 신용카드 업체들이 점유율 18~19%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치고 받고 싸우는 판세를 깨고 지배적인 사업자로 올라서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간편결제 등 새로운 결제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용카드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현대카드가 테크 기반으로 변화를 모색하게 된 배경이다.
현대카드는 테크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 아래 2015년부터 투자를 본격화했다. 목표는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주력인 신용카드 비즈니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연이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확장이었다.
기라성 같은 테크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데 현대카드가 테크를 활용해 새로운 걸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가 집중한 것은 데이터였다. 카드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배경화 부사장은 "얼핏 보면 카드 거래 데이터란게 별게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누가 어느 가맹점에서 얼마를 썼는지에 대한 정보가 1개월, 6개월, 1년치 쌓이면, 이 사람이 어디 살고 무슨 회사 다니고, 취미와 좋아하는게 뭔지 잘 알수 있게 된다. 카드 데이터는 누군가의 일상에 대해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카드 데이터는 이커머스 등 특정 분야 서비스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들과도 성격이 다르다. 배 부사장은 "이커머스 등이 버티컬 데이터라면 카드 거래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 호리젠탈 Horizontal) 데이터여서 라이프 스타일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 거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대카드는 데이터 체계화에 주력했다.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위치 정보, 취미, 성향, 라이프 스타일, 가족 관계 등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태그화하고 이들 데이터 조합 기반으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것은 자체 AI 엔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당초 현대카드는 내부에서 쓰는 것을 염두에 두고 AI 엔진을 온프레미스(내부 구축) 방식으로 개발했는데, 만들어 놓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내부를 넘어 외부에 제공해도 될만 하다 싶어 AWS 기반으로 플랫폼화에 나섰고 유니버스라는 브랜드로 선보였다.
현대카드가 유니버스로 글로벌 진출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AWS 인프라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배경화 부사장은 "해외 수출을 하려면 데이터 이슈 때문에 각 지역에 플랫폼을 설치해야 하는데 AWS 덕분에 덕분에 어느 나라에든 배치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글로벌로 나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AI판 화두로 떠오른 AI 에이전트도 주목하고 있다. AI에이전트와 관련해서도 데이터를 강조하는 모습. 배경화 부사장은 "슈퍼에이전트, 서브 에이전트 역할은 조만간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가 직접 개발 필요는 없다"면서 "경쟁력은 각 회사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내는 인사이트다. 여기에 경쟁력이 달렸다. 에이전트들이 이들 데이터를 가져가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유니버스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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