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망률 무려 ‘130%’.. 안전 논란 터진 SUV, 아빠들 어쩌나 ‘한숨’
||2025.05.14
||2025.05.14
SUV 인기는 이제 시장을 넘어 문화가 됐다. 팰리세이드, 쏘렌토, 스포티지 등의 주요 국산 SUV가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SUV는 넓은 실내 공간, 높은 시야, 강인한 인상을 갖춰 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그 겉모습 뒤에 감춰진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외면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UV나 픽업트럭에 보행자가 치일 경우, 사망 가능성이 일반 승용차에 비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무려 68만 건 이상의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이 연구에 따르면, SUV에 성인이 치일 때 세단 대비 사망 위험은 44% 더 높았고, 0~9세 아동의 경우 사망 확률이 130%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SUV의 전면부는 세단보다 뭉툭하고 높으며, 보행자의 가슴이나 머리를 직접 강타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조사에서 이를 제대로 인지했는가다.
SUV와 세단이나 해치백은 그 생김새부터 다른데, 당연하게도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도 그 양상이 다르다. 차고가 낮은 세단은 다리 쪽을 친 후 후드 위로 퉁겨지는 경우가 많고, SUV는 가슴, 배, 심지어 머리를 직접 타격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내부 장기와 두부 손상 비율이 높아지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경로가 사라져 버린다.
연구팀은 “차량 전면이 높고 뭉툭할수록 보행자는 차량에 실리지 않고 도로로 튕겨 나가며 이 과정에서 사망률이 치솟는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4년 발표된 별도의 연구에 따르면, 전면부 높이가 10cm만 높아져도 보행자 사망 위험은 22%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멋진 디자인이라는 장점이 곧 흉기가 되는 셈이다. 심지어 SUV는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 주목받는 만큼 그로테스크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SUV가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 SUV 중심으로 재편되며, 차량의 전고와 전면부 형상이 과감해질수록 보행자 안전은 다음으로 밀리고 있다는 현실은 무시할 수 없다. 북미에서는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이 SUV 및 트럭으로 구성되고 있고, 한국 역시 소형 SUV부터 대형 픽업트럭까지 SUV 열풍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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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에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연구에서는 0~9세 어린이들이 SUV에 치일 경우, 하반신이 아니라 흉부부터 충격을 받아 사망률이 두 배 이상으로 뛴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조사들은 여전히 충돌 테스트와 NCAP 점수를 앞세워 안전을 강조하지만, 이는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해당할 뿐, 도로 위의 보행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수치일 뿐이다.
현행 교통안전 기준은 대부분 정면, 측면 충돌 등 차량 내부 탑승자의 생존율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점점 SUV가 늘어나는 시대에서, 도로 위 가장 약한 존재인 보행자에 대한 안전 설계는 제자리걸음이다. 지금이라도 전면부 디자인의 기준을 세워, 보행자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마침, 전동화 추세에 힘입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명분도 충분하다.
SUV는 예전과 달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안전 문제는 사회 전체의 안전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그 어떤 운전 보조 시스템도, 보닛의 높이만큼 생명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해당 연구 결과가 발표된 만큼, 제조사에서도 이에 관련한 내부적 기준을 정확히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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