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전기차 사라더니, 충전은 어디서?
||2025.05.14
||2025.05.14
“충전기 찾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요. 자리를 잡기만 해도 다행인 수준이죠.” 전기차를 구매한 지 1년 된 A씨가 토로한 불편이다.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 탓에 이용자들은 일상 속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업계는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집중하는 반면, 충전 시설 확충은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충전소 수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은 부족하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목소리다. 업계는 “충전 인프라 확충이 보급 속도에 비례하지 않으면, 전기차는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 전기차 등록 대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68만4244대다. 2018년 신규 등록 대수는 3만1183대였으나, 2020년에는 4만6718대, 2021년에는 10만439대로 급증했다. 특히 2021년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115%에 달했다. 2022년에도 16만4519대가 등록되며 63.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6만2625대, 14만47대가 신규 등록되며 다소 둔화됐다. 이른바 ‘캐즘(chasm)’에 따른 수요 정체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매년 10만대 이상이 꾸준히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 4만7083기, 완속 36만7603기로 총 41만4686기 수준이다. 차량 대수 대비 충전기 1대당 약 1.65대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수치상의 수량보다 실질적인 사용 가능성이 더 낮다는 점이다. 기기 노후화에 따른 충전 오류가 잦고, 보수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은 극심하다.
특히 고속도로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전국 20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기는 1481기뿐이다. 충전 수요가 급증한 전기 화물차가 이 공간을 주로 차지하면서 일반 전기차 이용자들은 사실상 충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현재 약 13만대 수준의 전기 트럭이 운행 중이며, 고속도로 충전기 1대당 약 87대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프라 부족이 전기차에 치우친 보조금 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만 보조금을 집중한 결과 인프라는 뒷전이 됐다”며 “보급 초기부터 충전 인프라에도 전기차 수준의 지원이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불균형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환경부는 올해 2025년 충전 시설 설치 예산을 전년 대비 43.4% 증액한 6187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중 급속 충전기 설치에 3757억원, 스마트제어 완속 충전기 설치에 24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충전기 보조금 단가도 올랐다. 100킬로와트(kW) 이상 급속 충전기에는 기존 2000만원에서 2600만원으로, 7kW 이상 완속 충전기에는 18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 확대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 일이다. 사업자 선정, 부지 확보, 설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체감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이용자들은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 실수로 볼 수 있다. 전기차 보급에 앞서 인프라 구축을 우선했어야 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리는 이 문제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전기차 보급에만 매달린 결과,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단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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