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잡겠다더니.. 기아 K8, 차주들 ‘괜히 샀다’ 말 나오는 이유
||2025.05.14
||2025.05.14
지난해 기아 브랜드는 K8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풀체인지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 그랜저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 디자인을 개선하고, 그랜저에 먼저 적용된 최신 사양들을 반영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K8은 출시 초반 한 달간 5,000대 가까운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후부터는 좀처럼 월간 3,000대 이상의 판매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 모델인 그랜저는 이미 페이스리프트 소식이 들려오는 시점임에도 여전히 월 5,000대 이상의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성 개선만으로는 브랜드 파워와 시장 입지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차량의 기본 트림 옵션 구성을 비교해보면, K8의 프리미엄과 그랜저의 노블레스 라이트는 유사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일부 항목에서는 K8이 더 우수한 구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그랜저는 인조가죽 시트와 운전석 전동 시트만 제공되지만, K8은 천연가죽 시트, 1열 조수석 전동 시트, 1열 통풍 시트까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다만, K8의 기본 가격은 약 20만 원 더 높게 책정되어 있다.
문제는 트림 간 옵션 구성의 유연성이다. K8 프리미엄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 스타일 1, 드라이브 와이즈 세 가지뿐이다. 나머지 주요 사양을 선택하려면 무조건 상위 트림인 노블레스로 올라가야 하는 구조다. 반면, 그랜저는 프리미엄 트림에서도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킹 어시스트, 플래티넘, 현대 스마트센스, 프리미엄 초이스 등 최대 6가지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필요한 옵션만 골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량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랜저가 더 유리한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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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옵션 사양 기준으로 실내를 비교해보면, 그랜저는 고급스러움과 첨단 기술이 조화된 인테리어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K8은 이전 모델 대비 오히려 디자인이 퇴보했다는 지적이 많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던 기존 K7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감각을 강조한 변화를 꾀했지만, 실제로는 K5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인상을 주며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평이 뒤따른다. 더불어 곳곳에서 확인되는 마감 품질 차이도 K8의 아쉬운 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K8은 한때 그랜저 대비 700~800만 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를 강조한 프리미엄 세단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페이스리프트 이후 가격이 인상되며 그랜저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이로 인해 K8은 상품성과 가격 측면 모두에서 뚜렷한 강점을 찾기 어려운 모델이 되어버렸고, ‘합리적인 고급 세단’이라는 정체성도 흐려진 상태다.
결정적으로, 그랜저는 오랜 시간 동안 국민 고급차로 자리매김해 온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된 이후에도 여전히 고급차로 인식되며, 상징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K8은 이전 K7의 브랜드 자산을 계승하지 못하고 명칭을 바꾸면서 정체성이 약화되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이라면 ‘잘 알려진 그랜저’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느끼게 된다.
K8은 단순한 상품성만 놓고 보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다. 하지만 옵션 구성의 유연성 부족, 실내 고급감 저하, 브랜드 가치 열세, 가격 포지셔닝 실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가 K8의 부활을 꿈꾼다면, 단순한 사양 개선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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