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D2SF "10년간 기술 스타트업과 동행…이제 글로벌 브릿지로"
||2025.05.13
||2025.05.13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D2 Startup Factory)가 출범 10주년을 맞아 글로벌 확장에 나선다.
D2SF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115개 기술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왔다. 이제 국내 기술 생태계 조성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13일 서울 D2SF 강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상환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기술 스타트업과의 동행을 통해 총 5.2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창출했고, 투자기업 생존률은 96%에 달한다"며 "이제는 이들이 글로벌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식 CVC, 다르게 시작한 10년
네이버 D2SF는 일반적인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과 차별화된 구조로 주목받아왔다. 독립 법인이 아닌 네이버 인하우스 조직으로 운영되며, 전체 투자의 99%를 시드~시리즈A 단계의 초기 기업에 집중한다. 양 센터장은 "법인 형태의 CVC는 재정적 자립 압박으로 재무적 투자에 치중하지만, 인하우스 구조는 재정 압박에서 자유로워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투자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D2SF의 핵심 철학은 '시장을 만드는 첫 번째 기업', 즉 '프론티어(Frontier)'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국내 최초 AI 반도체 칩을 개발한 '퓨리오사AI',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클로봇', AI 데이터 플랫폼 '크라우드웍스'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퓨리오사AI는 D2SF의 투자 원칙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퓨리오사AI는 아이디어를 담은 5장 분량의 발표자료로 시작해, D2SF와 함께 첫 칩 설계를 시작했고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메타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성장했다.
관계 중심 전략, 성과로 증명하다
투자 전략만큼이나 중요한 건 협력 방식이다. D2SF는 지금까지 135개 스타트업이 입주공간을 거쳐가며, 매달 빠지지 않고 대표들과 치맥 모임을 갖고 있다. 투자 외에도 입주공간 제공, 네이버 클라우드 지원, 디자인 컨설팅, PR·마케팅 지원 등 총 2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관계 중심 접근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D2SF와 활발하게 소통한 스타트업은 평균 18배의 기업가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2배 수준에 그쳤다.
D2SF만의 독특한 협업 철학도 성과의 배경이다. 선제 투자 후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해, 투자 당시 39%였던 네이버와의 시너지 예상 비율이 2~3년 후 60%를 넘어섰다. 현재 전체 투자 기업의 64%가 네이버와 구체적인 협력 아젠다를 발굴했으며, 이 중 3건은 M&A로 이어졌다.
더 큰 무대를 향한 두 번째 도약
D2SF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D2SF는 AI 기술 영역에 절반 이상 투자하며 10년 전부터 AI 트렌드를 선도했다. 양 센터장은 "네이버도 검색, 모바일, 커머스라는 세 번의 파도를 넘어왔는데, 네 번째 파도인 AI는 이전과 다르다"며 "글로벌 자본이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국경을 무력화시키는 기술 경쟁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D2SF는 새로운 역할 정의에 나섰다. 양 센터장은 "더 큰 파트너, 더 큰 협력, 더 큰 시장으로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큰 자본과 자원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한국 자본이 스타트업을 일정 단계까지 키운 후, 더 큰 시장과 자본이 있는 글로벌 무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D2SF는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에 D2SF US를 설립했다. 단순 현지 투자를 넘어 북미 진출 스타트업에 대한 거점 제공과 글로벌 자본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가고 있다. 실제로 D2SF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81%가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이다.
질의응답에서 양 센터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그는 "B2C나 플랫폼 기업의 유니콘은 나왔지만, 기술 기업이 유니콘이 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자본의 문제 이전에 고객을 발견하는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 시장의 제한적 규모와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관계가 기술 스타트업 성장에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 D2SF에 투자받은 테크타카 양수영 대표는 "네이버 사업부와의 연결, 포트폴리오사와의 교류, 네이버 브랜드 효과 등이 큰 도움이 됐다"며 "네이버쇼핑과 협력해 당일 출고율 99.9%를 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션캡처 AI 스타트업 무빈 최별이 대표도 "네이버 D2SF 투자로 기술적·사업적 증명 효과를 얻었고, 네이버 치지직과의 협업을 통해 크리에이터용 모션캡처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0주년 메시지를 통해 "네이버 D2SF는 기술로 시작해 기술로 성장한 네이버에게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며 "기술 DNA를 가진 네이버가, 앞으로도 기술 스타트업과 함께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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