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다룬 유튜버들, 잘잘못보다 대처법 먼저 찾았다 [SKT 유심 해킹]
||2025.05.13
||2025.05.13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관련 새로운 소식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이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구독자 수가 200만명이 넘는 대형 유튜버의 영상은 조회수가 300만~500만회에 이를 정도로 높다. 유튜브 영상들은 대처법 소개에 집중돼 있다. 과거 KT 기가인터넷 속도 저하 등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지적과 비판 위주였던 것과 방향이 명확히 달랐다.
12일 관련 업계와 유튜브에 따르면 이번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는 IT·테크 전문 채널을 비롯해 경제 관련 채널, 게임 관련 채널, 지식·교양 채널 등 다양한 분야의 유튜버가 다뤘다. 영상의 형태도 1분이 되지 않는 숏폼(쇼츠) 영상부터 10분이 넘는 롱폼 영상까지 다양하다. 수백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많다.
쏟아지는 SKT 해킹 대처법 영상
이번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를 다룬 영상은 이전 KT 인터넷 속도 고의 지연, 삼성전자 갤럭시 게임최적화서비스(GOS)의 스마트폰 성능 제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 네이버 라인야후 매각 논란 등 다른 ICT 이슈를 다룬 영상과 결이 완전히 달랐다.
영상을 제작한 채널의 성격부터 다르다. 다른 ICT 이슈는 주로 주식 정보를 다루는 채널과 언론사 채널에서 다뤘다. 반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는 테크 채널부터 지식교양 채널까지 다양한 유튜버가 영상으로 제작했다.
이들은 주로 SK텔레콤의 공식 대책 외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 조치 소개에 집중했다. 유심을 교체하는 절차부터 유심을 교체한 후에도 데이터 자동백업 설정을 끄고 공공 와이파이를 주의하는 등 개인이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렸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이 해킹당한 것을 옹호하는 건 아니었다. 제목과 썸네일 문구에서 ‘역대급 최악의 해킹 사태’라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사용됐다.
콘텐츠 성격이 달라진 배경은 소비자가 인식한 위협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는 개인이 자신의 어떤 정보가 어디까지 유출됐는지, 유출된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심이 복제돼 금전적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도 번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유심 재고 부족으로 유심 교체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도 공포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대책으로 내놓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도 5월 2일이 되어서야 자동가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전까진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예약 신청이 이뤄졌다. 가입이 아니라 가입 예약이었다.
KT 인터넷 속도 제한이나 삼성전자 GOS는 KT의 유선 기가 인터넷 가입자,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 정도만 불편을 느낄 수 있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서비스가 복구된 이후엔 원인 규명과 피해보상을 제외하면 일상을 위협할 만한 이슈가 아니었다. 네이버 라인야후 매각설 역시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만큼의 위협으로는 다가오지 않았다.
공포·위협이 크다는 방증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확장된 병행 과정 모델(EPPM, Extended Parallel Process Model)’ 이론이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EPPM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유발하는 메시지에 반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위협이 크고 그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이 명확할 때 사람들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대응 행동을 우선시한다고 본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 2020년 초 코로나19는 감기처럼 비말만으로 감염되는데 치사율이 높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은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이었다. 마스크 품절 대란이 발생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관련 영상 추세도 같은 맥락이다. 유심을 교체하고 스마트폰 설정 몇 가지를 변경하면 개인정보 도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식의 대처법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큰 위협의 대응책이 유심 교체와 설정 변경이라 대처법을 다룬 영상을 많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또 유튜브 알고리즘이 검색 키워드, 시청 지속시간 등을 반영해 SK텔레콤 유심 해킹 대처법을 다룬 영상을 더 많이 노출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유튜브 콘텐츠 알고리즘이 사회적 불안을 반응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를 집중 노출한 셈이다.
이장석 가천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해킹은 이전 ICT 이슈처럼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개인정보가 도용당해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갈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정도의 위협이다”며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중요한 대응 방안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텔레콤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서버가 해킹당했는지 같은 건 나중에 살필 문제다”라며 “당장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유심을 언제 교체 받을 수 있는지, 만약 아직 유심을 교체하지 못했다면 지금 바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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