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3사, 전기차 배터리 넘어 ‘AI 가속기’로 확장 탄력
||2025.05.08
||2025.05.08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반도체를 넘어 소재 산업으로 확산하면서 AI 가속기 등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에 필수적인 고품질 초극박 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AI향(向) 동박 수요 증가는 전기차 시장 둔화로 우려되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에서 국내 주요 동박 생산 3사 실적을 보완하고 있다.
이에 SKC·솔루스첨단소재·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가속기용 고부가가치 동박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 올해 10% 이상의 출하량 증가와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해 신시장에 침투한다는 계획이다.
AI 가속기는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로, 대규모 데이터와 복잡한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하드웨어다.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같은 AI 가속기는 GPU(그래픽처리장치)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여러 개를 조립해 제작된다. NPU, FPGA, ASIC, PIM 등 다양한 종류의 AI 가속기가 있으며, 이들은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중앙처리장치(CPU)보다 훨씬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AI 가속기 제작에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동박은 패키징 공정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특히 고주파, 고속 데이터 전송을 처리하기 위해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저조도와 우수한 신호 무결성을 갖춘 동박이 요구된다.
일례로, HVLP(Hyper Very Low Profile) 4세대 동박처럼 나노 표면처리 기술을 적용해 접착 강도를 향상시킨 제품을 활용하면 AI가속기에 필요한 고속 신호전송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효율적인 열 관리도 중요하다. 동(Cu)의 높은 열전도성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이때문에 AI 칩 패키징의 소형화 추세에 맞춰 더 얇은 동박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AI 가속기용 고품질 동박 수요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인해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각각 644억원, 544억원에 달했고, SKC도 24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AI 반도체에 사용되는 하이엔드 제품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했다. 특히 초극저조도(HVLP) 동박은 AI 반도체에서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SKC는 2025년 1분기 매출액 4385억원, 영업손실 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방 산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동박사업 판매량이 증가하며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북미 시장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69%, 전년 동기 대비 149% 성장하는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도 크게 상승하여 전분기 대비 영업적자를 18% 개선했다. SKC는 2025년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반도체 테스트 소켓 사업의 안정적 매출 성장, 글라스기판 상업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5년 1분기 매출액 1576억원, 영업손실 153억원을 기록했다. 고객사 공급 감소와 헝가리 제2공장의 고정비 증가로 적자를 피하지 못했지만, 매출로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동박 매출은 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성장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향 AI가속기용 동박 공급량 확대에 따른 결과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AI 동박 전용 설비를 준비하며 생산량을 늘리는 등 수요 대응에 집중했다. 이미 HVLP4, HVLP5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AI가속기향 제품은 수요 강세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어 견조한 성장이 전망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일찌감치 AI가속기용 차세대 동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동박적층판 제조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인 두산 전자BG에 AI가속기용 HVLP 4세대급 초극저조도 동박 공급을 시작했다.
이 4세대 초극저조도 동박은 현재 시장에서 유일한 제품으로, 인장강도와 연신율은 유지하면서 조도(0.8㎛ 이하)를 낮춰 신호 손실을 최소화했다. 특히 나노 표면처리 기술을 적용해 접착 강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AI가속기에 요구되는 고속 신호전송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미 전북 익산1공장에서 연산 1800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해 대응 설비를 갖췄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가속기용 동박은 작년 12월부터 글로벌 엔드 유저에 B모델(블랙웰)용으로 공급을 시작해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올해 4분기에는 R모델(루빈)용 공급으로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엔드 유저는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블랙웰의 다음 모델인 루빈 GPU은 2026년 출시 예정으로, 이 제품에는 6세대 HBM인 HBM4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4세대 HVLP 동박을 공급 중이며, 5세대 HVLP도 개발해 연내 납품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1분기 실적 발표일은 9일이다.
국내 동박 3사는 캐즘 이후 슈퍼사이클을 대비해 배터리용 동박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AI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 국면이 길어지는 가운데, 올해 믿을 구석은 AI 동박이다.
AI향 동박 수요 증가에 힘입어 출하량 증가도 예상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북미 OEM과 AI 가속기용 동박 등의 신규 공급으로 올해 제품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대해 "올해부터 AI 가속기향 HVLP4 공급이 본격화되며 점진적인 수익성 제고를 기대한다"며 "(올해) AI향 하이엔드 회로박 매출액은 300억원 수준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AI 동박의 본격 양산과 함께 유럽 내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하며 매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SKC는 주요 고객사들의 북미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라 2분기부터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복수의 글로벌 배터리 고객사와 공급계약 체결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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