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주춤… 충전 인프라는 ‘질주’
||2025.05.07
||2025.05.07
일시적 수요 둔화와 화재 사고 여파로 전기차 보급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전기차 충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충전 기술 고도화와 인프라 확대로 충전 환경이 크게 개선되며,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충전 불편’ 해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환경부가 2024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보급된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총 1만3649기로 집계됐다. 2016년 943기에서 2017년 2441기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최근 5년간도 ▲2018년 3317기 ▲2019년 1208기 ▲2020년 2521기 ▲2021년 4839기 ▲2022년 5670기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충전 인프라 확충에 맞춰 현대자동차그룹도 초고속 충전망 확대에 나섰다. 충전 편의성을 높여 전기차 보급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21년 4월 전용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론칭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각 6기씩 총 72기를 설치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이피트 충전기는 54개소, 총 286기에 달하며, 올해 말까지 500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피트는 최대 출력 350킬로와트(kW)의 초고속 충전기를 운영하며, 400볼트(V)·800V 멀티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아이오닉 5 기준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18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연중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고장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2년 6%였던 충전기 휴지율을 1년 만에 3%대로 낮췄다.
사용 편의성도 강화됐다. 커넥터를 차량에 연결하면 별도 인증 없이 자동으로 충전과 결제가 이뤄지는 ‘플러그 앤 차지(PnC)’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이피트 외에도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통해 초고속 충전기 3000기,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완속 충전기 2만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계한 친환경 충전소,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동하는 V2G(Vehicle to Grid) 기술 도입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외 기업들도 충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산하 이브이시스(EVSIS)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100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전기버스, 전기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대형 모빌리티의 충전도 가능하며, 일반 전기차 충전 시 5분 이내 완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GS차지비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충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충전기 사용률과 지역별 수요를 분석해 최적의 위치에 충전기를 배치하고, 시간대별 전력요금과 날씨 등을 고려한 충전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GS 계열 주유소와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설치를 확대 중이며, 현재까지 7만2000기의 충전기를 보급하고 42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긴 충전 시간은 그간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며 “정부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이런 단점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고도화와 충전 네트워크 확대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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