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세대 교체, 14·16인치가 뜬다 [권용만의 긱랩]
||2025.05.06
||2025.05.06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 PC의 선택에 있어서 휴대용으로는 13.3인치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을, 다목적으로는 15.6인치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을 고르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여전히 15.6인치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16인치 제품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휴대용으로 선택받던 13.3인치는 이제 최신 제품으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여러 모로 기술 변화에 따라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노트북 시장, 15인치 급 여전히 선호되는 이유는 ‘무난함’
커넥트웨이브 다나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화면 크기는 15인치 급으로 비중은 40% 정도다. 하지만 16인치 급이 37%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고, 14인치 급은 11%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7인치 급 노트북도 10%를 차지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대성을 추구한다면 정석적인 선택이었던 13인치 급의 비중은 이제 1% 수준까지로 줄어든 모습이다.
15인치 급이 여전히 인기가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가지 용도가 겹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15인치 급 노트북은 무게와 휴대성을 덜 신경쓰는 보급형 모델의 핵심이고 게이밍 노트북도 많이 나온다. 최근 노트북 PC 설계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15인치 노트북도 예전의 13인치 급 무게 정도로 가볍게 나올 수도 있게 됐다. 15인치에 1.5kg 이하 무게를 가진 노트북들도 이제 쉽게 찾을 수 있다. LG는 15인치 그램 시리즈를 1.1kg대로 만든 바 있다.
적당한 성능과 적당한 무게를 가진 ‘무난한’ 노트북 PC를 저렴하게 찾고 싶다면 ‘15인치’ 노트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이 15인치 시장은 제법 오랜 시간동안 기술이 성숙해서 모든 부분에서 가격 경쟁력이 극대화된 지점이 됐다. 화면 크기도 15인치 정도면 충분히 편안하고,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옆 빈 공간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최신 15인치 노트북이 예전 14인치보다 더 크기가 작은 경우도 생겼다.
뭐든지 가능한 크기가 된 ‘15인치’ 노트북은 제품을 고를 때 사양을 좀 더 자세히 봐야 할 필요도 있다. 초저가형 제품부터 사무용 노트북,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이 ‘15인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면 무게가 무겁거나 표현력이 떨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을 수도 있다. 비슷한 사양을 가졌더라도 브랜드와 제품군에 따라 두께나 무게가 천차만별일 수도 있고, 배터리 사용시간이 매우 짧을 수도 있다. 예상보다 선택이 복잡한 시장이 이 ‘15인치’ 노트북 시장이다.
16인치 노트북, 좀 더 넓은 화면으로 차별화
보통 '15.6인치’ 정도인 15인치 노트북 대비 16인치 노트북은 대략 대각선 기준 ‘0.5인치(약 1.27cm)’ 정도의, 작지만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 사실 15인치와 16인치 노트북을 단순히 ‘인치’ 크기로만 비교하는 건 조금 무리수가 있을 수도 있는데 크기 이상으로 ‘화면 비율’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15.6인치 디스플레이의 대부분은 16:9 비율을 사용하지만, 16인치급 디스플레이는 상당수가 세로로 더 긴 16:10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덕분에 사용자의 체감은 인치 이상으로 화면이 넓어진 느낌이 크게 나고 이런 부분이 ‘차별화’가 된다.
이렇게 화면이 넓어지는데도 실제 제품의 크기나 무게 등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은 16인치 노트북의 ‘프리미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노트북의 디스플레이는 패널 바깥쪽 베젤 공간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사용해 상판 면적의 90% 이상까지도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고 있다. 이전의 70~80%대 디자인과 비교하면 화면이 커져도 노트북 크기가 작아지는 상황도 충분히 나온다.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큰 화면을 편안하게 사용하면서도 들고 다니기도 좋은 ‘만능형’ 디자인도 가능하게 됐다.
현재 시장에서 15, 16인치 노트북의 ‘이동성’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지점은 대략 ‘1.5kg’ 정도다. 이 지점의 기준에 위치하는 상징적인 제품은 애플의 ‘맥북 에어 15’다. 에이수스는 지난 2024년 컴퓨텍스에서 ‘젠북 S 16’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맥북 에어보다 얇으면서도 더 빠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정확히는 맥북 에어보다 화면이 크면서도 무게는 비슷하고, 두께는 1mm 더 얇았다. LG 그램 제품군이나 에이수스 젠북 S 16과 비보북 S 16, 에이서 스위프트 16 AI 등이 이 기준을 넘어선 제품들이다.
이제 많은 노트북 제조사들이 1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노트북들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고급형 신제품은 16인치를 중심으로 하고, 15인치는 신제품이라 해도 보급형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맥북 프로에 16인치와 14인치 모델을, 맥북 에어에 15인치와 13인치 모델을 배치하고 있다. LG전자는 16인치급은 내부 개발 역량을 가져갈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선택하고, 15인치 급은 JDM(합작개발생산)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인치급 노트북 시장을 흡수한 14인치급 노트북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들고 다니면서 쓰기 좋은 노트북의 최적점은 '13.3인치’ 급 노트북이 꼽혔다. 그 이전에는 11.6인치나 12.1인치 급 디자인도 있었다. 하지만 ‘풀HD’ 시대로 오면서 실제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크기’ 관련 요구사항들이 대두되면서 13인치 이하 시장이 13인치 급으로 통합된 바 있다. 실제로 11인치 이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노트북 디자인은 화면 가독성 문제나 키보드, 터치패드 사용성이 크게 떨어져 극소수의 ‘매니아’들만 남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13.3인치 노트북의 비중이 빠르게 줄었다. 커넥트웨이브 다나와의 집계에따르면 이미 13인치 제품의 시장 비중은 1% 수준까지 줄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이동성을 중시하는 13인치 급 서브 노트북 시장이 모두 ‘14인치’로 옮겨 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의 14인치가 13인치와 15인치 사이의 절충이었다면, 지금의 14인치는 ‘이전 13인치 노트북보다 작은 크기에 더 큰 화면을 넣어 더 쓰기 좋은’ 폼팩터가 됐다. 이러한 이동성 중심 폼팩터의 비중이 예전만 못한 이유는 16인치 급 폼팩터도 이제 충분히 들고 다닐 만한 수준까지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14인치 디스플레이 기반 폼팩터는 현재 이동성과 사용성의 절묘한 균형을 잡은 위치로 꼽힌다. 이전 13.3인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16:9 비율이었지만, 14인치 디스플레이는 세로로 조금 더 긴 16:10 비율이 대세다. 화면 옆 베젤이 줄고 상판 면적 중 디스플레이의 비율이 90% 이상까지 높아지면서 최신 14인치 노트북의 가로 길이는 13.3인치와 별 차이 없어졌다. 게다가 세로로 조금 더 길고 화면이 훨씬 시원하면서 들고 다니는 데는 별 차이 없는 매력적인 이동성을 갖추게 됐다.
이 시장에서도 현실적인 이동성 프리미엄의 기준은 애플 ‘맥북 에어 13’을 꼽는다. 맥북 에어 13의 ‘1.24kg’을 기준으로 14인치 노트북 중에서도 제법 많은 제품들이 이 기준을 넘어선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북5 프로나 LG전자의 그램 14, 에이수스의 젠북 S 14, A 14,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 요가 슬림7, HP 엘리트북 X G1i 14 등 많은 제품군이 1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도 13인치 급 가벼운 무게로 등장했다.
한편, 14인치 급 폼팩터에서도 인상적인 시도가 있다. 바로 게이밍 노트북 등 고성능을 작고 가벼운 제품에 넣는 시도다. 13인치 화면은 사용성과 쿨링에 필요한 공간 모두 부족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14인치에서 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이러한 시도의 기준으로 할 만한 ‘맥북 프로 14’의 무게는 1.6kg 정도다. 이 기준에서 눈에 띄는 제품은 14인치에 1.44kg 무게로 지포스 RTX 406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에이수스의 ‘TUF 게이밍 A14’와 1.5kg의 ‘ROG 제피러스 G14’, 1.63kg의 HP ‘오멘 14 슬림’ 같은 모델들이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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