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젤’에서 손 뗀다
||2025.05.05
||2025.05.05
현대자동차가 디젤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유일한 디젤 모델이었던 스타리아 디젤의 생산 중단도 결정됐다. 이로써 대형 상용차를 제외한 디젤 승용 모델은 사실상 전면 단종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부 규제와 장기적인 수요 위축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디젤 모델의 빈자리를 LPG(액화석유가스)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스타리아 디젤 모델의 단종을 확정하고, 이 내용을 전국 딜러망에 공유했다. 이에 따라 딜러들은 소비자에게 재고 소진 일정과 단종 소식을 안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리아 디젤 단종 소식에 일부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디젤 모델은 연료 효율성이 높아 경제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리아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음에도 디젤 모델의 수요가 더 높았다. 지난해 기준 스타리아 디젤 판매량은 2만2768대로, 전체 판매량의 55.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모델은 8354대 판매에 그쳤다.
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낮은 배기량,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효율성 부족 등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다인승 차량인 MPV 특성상 주행 시 무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낮은 배기량이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비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투어러 트림 기준 12.6㎞/L로, 디젤 투어러의 11.8㎞/L와 큰 격차가 없다. 그러나 가격은 투어러 9인승 기준 하이브리드가 3653만원, 디젤이 3238만원으로, 하이브리드가 약 400만원가량 비싸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연비 차이가 크지 않은데 굳이 400만원을 더 들여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소유주는 “하이브리드를 구매했지만, 승객이 많은 상황에서는 실제 연비가 복합연비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디젤 모델을 단계적으로 단종시키고 있다. 아반떼·쏘나타·그랜저 등 세단 라인업에서도 조용히 디젤 모델을 삭제했고, 가솔린·하이브리드·LPG 중심으로 재편했다.
2023년에는 디젤 수요가 높았던 1톤 트럭 ‘포터Ⅱ’ 디젤 모델도 단종하고, LPG 2.5 터보(T-LPDi)와 전기차 모델로 대체했다. 당시 현대차는 LPG와 전기차가 디젤의 대안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SUV 라인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판매 중인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에서도 디젤 모델은 사라졌다.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은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환경부는 지난 3월 ‘2025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어린이 통학용 버스를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최대 1억15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월부터는 대기관리권역 특별법 시행에 따라, 어린이 통학버스·택배 차량·여객 운송 사업차량의 디젤 신규 등록이 금지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디젤 모델을 삭제하고, LPG와 하이브리드 모델로 수요를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전동화 전환 흐름과 함께 하이브리드 시장의 ‘틈새 수요’를 공략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의 일환으로 현대차는 지난 4월 10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향후에는 후륜구동 기반 2.5 터보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제네시스를 포함한 다양한 차급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디젤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가솔린·하이브리드·전기차·LPG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전면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동화 전환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리아 전기차 모델도 내년 울산 공장에서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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