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특허 소송건 美할로자임… 알테오젠 기술 정말 괜찮나
||2025.04.29
||2025.04.29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이 MSD를 상대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MSD의 기술 파트너사인 알테오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SC로 변환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전 세계 단 둘뿐인 기업으로,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관련 시장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각),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Halozyme)이 MSD를 상대로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할로자임이 보유한 변형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기술(MDASE) 특허의 침해 여부다.
MSD는 해당 기술을 적용해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약 35조원)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IV(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SC 제형 제품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PD-1 단백질을 억제해 PD-L1 수용체와 결합을 막아 면역세포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키트루다는 역대 PD-1 수용체 저해제 가운데 세계 최초로 상업화된 제품이기도 하다.
MSD는 키트루다의 물질특허 만료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엔자임)’를 사용해 키트루다 SC 제형을 개발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인체 내 피하 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로, 피하조직의 투과성을 높여 정맥주사 제품을 피하주사 제품으로 변경하는 약물확산제로 사용된다. 현재 IV를 SC로 변환하는 플랫폼 기술의 상업화가 가능한 기업은 국내 알테오젠과 할로자임 단 두 곳뿐이다.
할로자임은 이번 소송을 통해 MSD가 키트루다 SC 개발 과정에서 자사의 ‘엠다제(MDASE)’ 특허 1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할로자임은 손해배상과 키트루다 SC 상업화 금지(injunction)를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앞서 MSD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할로자임의 엠다제 관련 특허 10건에 대해 미국특허청(USPTO)에 특허무효심사(PGR)를 제기해왔다. MSD는 엠다제 특허 일부가 ‘극도로 광범위한 것들과 관련있다’며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테오젠 측은 “다양한 방식으로 엠다제 특허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을 완료했으며 이 내용은 MSD가 특허무효심사를 통해 주장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이에 따라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는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차례 밝혀온 바와 같이 ALT-B4와 엠다제는 특허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물질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후에도 알테오젠은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테오젠의 ALT-B4와 할로자임의 엠다제는 크게 ▲독창성 ▲기술 개선 ▲적용 확장성 등으로 차이점을 나뉠 수 있다.
할로자임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PH20 효소를 최초로 활용해 SC 변환 플랫폼을 상용화했다면, 알테오젠은 PH20을 변형·개량한 ALT-B4로 독자적 물질특허를 확보했다. 즉 알테오젠은 기존 PH20과 아미노산 서열 등에서 차별화된 자체 효소를 개발한 것이다.
또한 엠다제는 실온 안정성, 수율 등에 한계가 있었으나, ALT-B4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했다. 더불어 알테오젠 ALT-B4는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mRNA,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차세대 치료제에도 적용이 가능해 확장성이 뛰어나지만 할로자임의 PH20은 주로 항체의약품 위주로 적용됐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도 할로자임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할로자임이 MSD의 ‘키트루다 SC’에 소송을 걸 게 아니라 알테오젠 ALT-B4에 특허침해소송을 하면 그만인데 직접 부딪치지 않고 한 발 뒤로 빼고 있는 이유가 있다”며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발명이 존재하지 않아 침해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송 승패와 관련 없이 이번 행정 절차로 인해 키트루다 SC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키트루다 SC는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쳐 2025년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출시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미국 특허심판원은 특허무효심사 신청 이후 3개월 내 예비 답변을 요구한다. MSD가 지난해 11월 특허무효심사를 신청했지만 할로자임의 소송으로 최종 답변서 제출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키트루다 SC 등장은 항암시장을 넘어 SC제형을 염두하고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에게도 중요한 이벤트”라며 “할로자임이 SC 변환 플랫폼 시장을 연 것은 맞지만 알테오젠이 지닌 기술도 이미 독보적인 지위를 얻은 상황이라 키트루다 SC 출시는 문제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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