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KT 유심 교체 ‘오픈런’, 대기번호 18번…80분 기다려 7분 만에 '끝'
||2025.04.28
||2025.04.28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개 SKT 매장서 유심 무료 교체
강남 매장 오픈 20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17명 대기줄
80분 기다려 7분만 끝난 유심 교체…다회선 가입자는 시간 더 걸려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개 SK텔레콤(SKT) T월드 매장에서 유심(USIM) 무료 교체 서비스가 시작됐다. 대상은 4월 18일 24시 이전 SK텔레콤에 가입한 이동통신 고객이다.
SKT 가입자인 기자도 개점 시간에 맞춰 유심을 교체하기로 했다. 회사측은 시행 첫날 고객이 매장에 몰릴 경우 혼잡이 예상된다며,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 달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자료 받은 시간은 8시 35분, 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현재 접속자가 많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만 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신청 화면으로 넘어갔고, 본인인증 → 매장 선택 → 예약 확인 순으로 온라인 교체 신청을 마쳤다. 그러나 1시간을 기다려도 별다른 안내 문자는 오지 않았다. 결국 인근 직영점을 찾았다.
강남구 한 SKT 직영점 앞. 기자가 오전 9시 40분에 도착하자, 이미 18명의 가입자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직영점 문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직영점은 오전 9시 51분에 문을 열었다. 두 명의 직원이 차례로 가입자들을 응대했다. 뒤를 돌아보니 대기 행렬은 어느새 30명을 넘어섰다. 번호표는 따로 배부되지 않았다. 줄 뒤편에 선 고객들은 진행 상황을 살피기 위해 수시로 대리점 문을 들락날락했다.
이 직영점은 유심 100여 개를 확보한 상태였다. 한 직원은 "수시로 재고가 들어오긴 하지만, 정확히 얼마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재고가 없을 경우 '교체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약한 뒤, 안내 문자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SKT는 현재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500만 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교체 작업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묻자, 직원은 "가입자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유심 교체 작업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모바일 한 회선만 교체할 경우, 신원 확인과 유심 교체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다만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 등 여러 기기의 유심을 함께 바꾸면 시간이 배로 늘어난다. 실제로 한 커플은 각각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를 들고 방문해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
개점 30분이 지나자 줄은 두 배로 늘어났다.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채, 고객들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이들은 대리점 문을 들락날락하며 상황을 살폈고, 고령 가입자는 오래 서 있기 힘들어 매장 안 소파에 몸을 기대야 했다.
대리점에 도착한 지 79분 만인 오전 10시 49분, 드디어 기자 차례가 돌아왔다. 신분증을 건네자 직원은 빠르게 본인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 10시 52분, SKT 고객정보지킴이에서 발송한 이동전화번호 조회 알림이 문자로 도착했고, 본인 인증을 위한 네 자리 숫자가 떴다. 기자가 네 자리 인증번호를 불러주자 본인 확인이 완료됐다.
직원은 새 유심 정보를 전산에 입력한 뒤 기자의 휴대폰을 받아 새 유심으로 갈아끼웠다. 10시 55분, 유심카드 금액 7700원이 익월 청구 예정이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기자 바로 앞에서 유심을 교체한 한 고객이 다시 매장을 찾아와 "유심 무료 아닌가요"라고 묻자 직원이 "절차상 그렇게 안내가 되지만, 그만큼(유심 가격) 청구 금액에서 감액된다"고 답했다.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고객이 "11시 방문 문자를 받았다"며 유심 교체를 요청했다. 직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저희 쪽에서 보낸 문자가 아니라서, 본사 쪽에 문의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고객이 항의하자 "이미 대기 줄이 길다, 죄송하지만 기다려야 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휴대폰, 기존 유심, 신분증을 돌려받고 매장을 나온 시간은 10시 56분. 중간에 두 명의 고객 민원을 제외하면 실제 교체 작업에는 5분 남짓 걸린 셈이었다. 매장 밖으로 이어진 긴 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그나마 직영점은 유심 확보물량이나 고객 응대 시스템 측면에서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직영이 아닌 대리점들은 매장별로 하루 유심 확보물량이 20개에서 기껏해야 수십 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부 매장은 자신들에게 구매한 고객 위주로 유심을 교체해 줘 일반 소비자는 앞으로도 당분간 대리점을 찾았다가는 허탕을 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급제폰 사용자는 반드시 직영점을 찾아야 유심 교체를 받을 수 있다.
유심 무료 교체를 예약한 지 3시간여가 지난 12시 3분. 예약했던 강남 직영점에서 'SKT 유심 무료 교체 방문 예약 완료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에는 '유심 재고 확인 후, 교체 가능한 날짜를 문자로 안내드리겠다. 유심 수급 상황에 따라 여러 날이 소요될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린다'가 적혀 있었다. 이는 곧, 이 매장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지만 재고가 확보되면 따로 연락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문자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가입하고 안전하게 유심을 보호하기 바란다'며 링크를 안내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유심교체와 동일한 피해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SKT는 강조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23년 불법 유심복제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과정에서 개발됐다.
고객의 유심 정보를 탈취, 복제하더라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한다. 현재까지 가입자는 총 554만명(27일 18시 기준)으로 SKT 전체 가입자(2300만명)의 약 24%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유심 교체를 원할 경우 전국 T World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SKT는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19일~27일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고객들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 별도로 환급한다. 또한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