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능·구성 절묘한 삼박자, 기아 EV4 [시승기]
||2025.04.27
||2025.04.27
기아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전기차 대중화를 선언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고 여유롭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 기아의 네 번째 전용 전기차이자 첫 소형 전기 세단인 EV4다. 4000만원대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성능, 효율, 구성의 삼박자가 균형을 이룬다.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기아는 경쟁사보다 한발 빠르게 전동화 전환에 나섰다. EV6를 시작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이던 전기차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해왔고, 이번 EV4로 세단 부문까지 공략에 나섰다. EV4는 단순한 가지치기 모델이 아니다. 기본기에 충실한 '가성비 전기차'로, 기아의 새로운 전기차 전략을 상징한다.
디자인서 드러난 기아의 새 방향성
EV4는 기존 기아 세단과 확연히 다른 디자인 언어를 보여준다. 수직형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으로 기아의 새 패밀리룩인 ‘타이거 페이스’를 완성했다. 범퍼 하단에는 GT 라인 전용 디자인이 더해져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EV3의 스타일을 수평으로 확장한 듯한 느낌이다.
측면에서는 패스트백 스타일이 돋보인다. 일반적인 세단과 전혀 다른 모양새지만 루프라인이 후면으로 갈수록 급격히 낮아지지 않아 2열 공간 확보를 우선한 설계가 돋보인다. 트렁크 라인의 각도가 조금 더 낮았다면 역동성이 한층 살아났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19인치 휠은 삼각형 패턴이 겹쳐진 독특한 형태며, 휠하우스 클래딩은 유광 블랙 처리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후면은 EV3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인상이다. 전면과 통일성을 이루는 수직형 테일램프와 스타맵 라이팅이 적용됐으며, 트렁크 끝단을 치켜 올려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다만 트렁크 입구가 좁은 점은 아쉽다. 적재 용량은 동급 최대인 490리터지만, 부피가 큰 짐을 넣을 때 불편할 수 있다. 패스트백 구조를 채택했다면 활용도가 더 높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수입차를 위협하는 실내 경쟁력
EV4 실내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어진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동작도 부드럽고 시인성도 뛰어나다. 하단에는 히든 터치와 물리 버튼이 조화롭게 배치돼 직관적 조작이 가능하다.
미디어 전원, 음량, 온도, 풍량 등 자주 쓰는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어 편의성도 높다. 다만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는 스티어링 휠에 가려져 시인성이 떨어지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EV3에서 선보였던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도 적용됐다. 이동 범위는 약 80밀리미터(㎜)로 EV3 대비 짧지만 실용성은 충분하다. 새로 추가된 회전형 암레스트는 2열 방향으로 수평 회전이 가능해 활용도를 높였다.
2열 공간은 2820㎜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머리 공간 모두 넉넉하다. 다만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인 E-GMP 특성상 시트 포지션을 낮출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 점은 아쉽다.
최신 안전·편의 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시스템,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후측방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이 기본 또는 옵션으로 제공된다.
복합 전비 초과 달성…주행 성능도 탄탄
EV4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다. 81.4킬로와트시(㎾h)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과 58.3㎾h 스탠다드 모델이 있으며, 이번 시승차는 롱레인지 GT 라인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495킬로미터(㎞) 주행이 가능하며, 복합 전비는 5.4㎞/㎾h로 공인됐다.
실제 스포츠 모드 주행에서도 평균 6.0㎞/㎾h를 기록했다. 에코 모드에서는 8~9㎞/㎾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행 감각은 매우 만족스럽다. 서스펜션과 모터 출력, 섀시가 균형을 이룬다. 전기모터 출력은 150㎾로 수치상으로는 평범하지만 즉각적 가속 응답 덕분에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세팅은 탄탄하지만 거칠지 않아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 모두 만족스럽다.
코너링 성능 역시 기대 이상이다. 후륜 조향 시스템이 적용된 듯 부드러운 회전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페달(i-PEDAL) 3.0'이 돋보인다. 회생 제동 강도를 주행 상황에 맞춰 자동 조정하며, 앞차와 거리까지 고려해 브레이크 페달 없이 정차할 수 있다. 규정 속도에 맞춰 자동 감속하는 기능도 지원해 운전 부담을 크게 줄였다.
EV4는 전기 세단 대중화를 향한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넉넉한 공간, 높은 효율성, 탄탄한 주행 성능, 풍성한 안전·편의 사양까지 두루 갖췄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를 제외하면, 모두가 기다려온 전기 세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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