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놀로지, 신형 NAS 정책 변경… ‘DS925+’ 써보니 “전용 HDD만 인식”
||2025.04.26
||2025.04.26
시놀로지가 최근 출시한 전문가와 소규모 기업 환경을 위한 네트워크 연결 스토리지(NAS)인 ‘디스크스테이션(DiskStation) DS925+’에 새로운 ‘드라이브 호환성 정책’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정책이 처음 적용된 ‘DS925+’ 제품의 경우 시놀로지 브랜드로 나오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이하 드라이브)만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며 타사 드라이브는 저장 공간으로 할당할 수 없다.
이러한 정책은 엔터프라이즈용 NAS에서는 제품의 안정성을 위해 보편적이지만 개인용 NAS 제품군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시놀로지는 “새로운 DS925+의 사용을 위해서는 제품에 호환성이 인증된 드라이브를 사용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DS925+의 호환성 인증 리스트에는 시놀로지 브랜드의 드라이브만 확인되고 이전 세대 NAS에서 지원하던 서드파티(외부 생산자) 인증 드라이브 목록은 없는 상태다. IT조선은 DS925+ NAS에 실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몇몇 드라이브를 장착해 테스트했고, 호환성 리스트에 없는 타사 드라이브는 인식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새로운 드라이브 호환성 정책, 이제 ‘플러스’ 라인까지 적용
시놀로지는 이미 기존에도 엔터프라이즈 급 스토리지 제품에는 호환성 목록의 드라이브만 스토리지 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액티브프로텍트’ 어플라이언스 제품의 경우 드라이브 용량까지 공장에서 사전 구성된 완제품 형태로 출하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개인용 시장의 보급형 ‘J’나 ‘밸류’ 시리즈, 고급 개인 사용자나 소규모 기업을 위한 ‘플러스’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전 세대 ‘플러스’ 제품은 호환성 리스트에 없는 드라이브의 경우 처음 사용시 경고가 등장하긴 하지만 사용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2025년형 모델부터는 이러한 정책이 ‘플러스’ 제품군까지 확장됐고, ‘DS925+’가 이 정책이 적용된 첫 ‘플러스’ 모델이 됐다. 시놀로지는 이 정책을 적용한 이유로 “DS925+는 시놀로지의 드라이브와 함께 최적의 호환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올인원 시스템이다. 7000시간 이상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검증된 드라이브 호환성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시스템 설치 시 DSM에서 지원하는 호환 드라이브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책 변경은 이전 세대의 제품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은 사실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시장에서는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용 스토리지 시스템은 검증된 하드 드라이브가 인식되지 않으면 정상 동작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일부 제조사의 스토리지는 전용 펌웨어를 지원해 타사의 제품과 호환되지 않는 전용 드라이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인용 NAS 시장에서는 이런 정책을 실제 적용하는 경우가 없었다. 이는 기존 시장과 채널의 반발을 우려한 부분도 있다.
시놀로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에도 드라이브의 호환성 관련 정책이 있었지만 사용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예상 이상으로 많았다”며 “우리의 메시지는 최소한 호환성이 테스트된 검증된 NAS용 드라이브를 사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시장의 파편화도 이러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이 시장은 일반 PC용, NAS용, 고성능 NAS용, 영상보안용, 엔터프라이즈급 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기록 방식 또한 전통적인 CMR, 쓰기 밀도를 높였지만 성능에서 문제 발생 요인이 있는 SMR 방식이 혼재돼 있다. 심지어 이러한 상이한 기술적 특징이 같은 드라이브 안에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사용자들이 모델명만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놀로지가 공급하는 드라이브도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에서 공급받는다. 예를 들면, 4테라바이트(TB) 용량의 시놀로지 플러스 시리즈 제품인 ‘HAT3300-4T’ 모델은 씨게이트의 NAS용 ‘아이언울프(IronWolf)’ 모델에 커스텀 펌웨어를 적용한 버전이다. 커스텀 펌웨어 적용으로 좀 더 세밀한 상태 확인과 RAID 구성에서의 호환성 등을 강화할 수 있어 일반 소매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까다로운 정책 적용, 호환성 리스트의 허술함이 문제 키워
IT조선은 이번 문제에 대해 실제 DS925+ 제품과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몇 NAS, PC용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구해 실제 인식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NAS는 DS925+와 DS923+,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는 시놀로지의 HAT3300-4T 4TB 드라이브와 WD 블루 시리즈 8TB 모델 ‘WD80EAZZ’, 씨게이트 아이언울프 4TB 모델 ‘ST4000VN008’, 씨게이트 아이언울프 프로 20TB 모델 ‘ST20000NE000’ 모델을 사용했다.
현재 시놀로지는 DS925+에 호환 가능한 드라이브 리스트에 자사의 제품만 등록한 상태로 서드파티 제품은 없다. 이에 시놀로지가 이야기한 ‘호환 가능한 드라이브’는 현재 상황에서는 ‘시놀로지 브랜드’만 해당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호환성 리스트’에 없는 드라이브를 DS925+에 장착하는 경우, 이 드라이브에 저장소 풀을 생성할 수 없다. 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다. 테스트에 사용한 아이언울프 4TB, 아이언울프 프로 20TB, WD 블루 8TB 모델 모두 호환성 리스트에 없는 드라이브로 초기 설치를 진행할 수 없었다. 기존 시놀로지 드라이브를 장착해 구동 중인 시스템에 서드파티 드라이브를 장착해 추가 저장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 또한 호환성 리스트에 없는 새로운 드라이브에 저장소 풀을 생성하는 명령어를 실행하는 것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시놀로지의 호환성 리스트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 예를 들면, DS923+의 호환성 목록에는 씨게이트의 ‘아이언울프 4TB’ 모델로 ‘ST4000VN006’ 모델이 올라가 있고, 이번에 사용한 ‘ST4000VN008’ 모델은 없다. 이전 세대인 DS923+에서도 ‘ST4000VN008’은 호환성 리스트에 없기 때문에 경고가 나온다. 하지만 DS923+는 처음 경고 한 번을 넘어가면 드라이브를 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현재 시장에서 고객들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구입할 때는 보통 ‘아이언울프 4TB’만 확인하고 ‘ST4000VN006’ 모델까지 확인해 구입하기는 어렵다. 시기에 따라 제품이 업데이트 되면서 세부 모델명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테스트한 ‘ST4000VN006’과 ‘ST4000VN008’의 관계가 그렇다. 두 제품 모두 NAS용 제품 ‘아이언울프’지만 현재 시놀로지 NAS에서는 이를 전혀 다른 모델로 인식하고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고 표시한다. 사용자와 제조사 모두 구입과 인증의 어려움이 있어 이번 정책 문제가 더 까다롭게 다가온다.
한편, 이 정책에는 예외가 있다. 바로, 이전에 사용하던 스토리지 풀 구성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호환되지 않는 드라이브도 저장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이전에 사용하던 NAS의 드라이브를 빼서 DS925+에 그대로 장착하는 상황에 해당된다. 이 경우, NAS를 부팅 후 스토리지 매니저에서 ‘온라인 어셈블’을 수행하면 이전에 구성한 풀 구성과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 시스템에서 마이그레이션됨’ 경고가 지속적으로 남는 찜찜함이 있고, 이미 경고가 뜬 상태에서 치명적 문제 등을 제 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시놀로지 브랜드의 드라이브는 국내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가격 또한 동급의 서드파티 제품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사 드라이브의 사용을 강제한다는 면에서 관련 업계와 사용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미 타 브랜드의 NAS 전환 등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이 문제를 좀 더 넓게 보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들 차원에서는 직접 시놀로지에 드라이브를 공급하는 만큼 크게 아쉬울 게 없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선택권에 대한 제약, 국내 세일즈 채널에서의 영업 구성에 대한 제약 등도 우려된다. 당장 국내에서 시놀로지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의 채널들이 함께 하는 패키지 프로모션은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
향후 시놀로지가 호환성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면서 서드파티 드라이브에 대한 지원 폭을 넓히면 이런 문제는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호환성 리스트 관리 부분 등에서 다소의 혼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놀로지 브랜드가 국내외 개인용 NAS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시장 판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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