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AI시프트⑤] 전 세계 덮친 딥시크 쇼크…AI 전쟁 시작됐다
||2025.04.22
||2025.04.22
[디지털투데이 김예슬 기자] 지난 1월 20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대규모언어모델(LLM) R1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 AI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R1이 추론 성능에서 오픈AI의 o1과 견줄 만큼 뛰어났지만, 훨신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됐다는 점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진 것.
봇물 터진 중국발 AI 모델…딥시크 열풍 잇는다
딥시크를 시작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발 AI 모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딥시크 R1 출시 불과 며칠 만에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는 새로운 AI 시스템인 '훈위안(Hunyuan)3D 2.0'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AI 추론 모델 '훈위안 T1'을 공개했는데, 미국 수학 경시대회(AIME) 2024에서 78.2점을 기록해 딥시크 R1(79.8점), 오픈AI o1(79.2점)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였다. 중국어 능력 평가에서는 91.8점을 기록해 딥시크와 동등한 수준을, 오픈AI(87.8점)보다는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 역시 지난 3월 신규 AI 모델인 어니 4.5와 어니 X1 을 선보였다. 바이두는 "어니 X1은 일상적인 대화와 복잡한 계산 및 논리적 추론 분야에서 탁월하다"며 "어니 X1의 성능은 딥시크 R1과 동등하면서도 가격은 절반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선보인 AI 비디오 생성 모델인 '완'(Wan)은 오픈소스 AI 커뮤니티인 허깅페이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완2.1 시리즈는 브이벤치에서 종합 점수 86.22%를 기록해 오픈AI의 소라(84.28%)와 루마(83.61%) 등 경쟁 모델을 크게 앞질렀다.
최근에는 모니카(Monica)라는 중국 스타트업이 새로운 자율 AI 시스템인 마누스(Manus)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마누스는 GAIA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딥리서치 모델을 능가하는 기염을 통했다.
美中, 연일 규제 맞불…AI 패권 경쟁 격화
일명 ‘딥시크 쇼크’로 기존 미중 중심의 AI 개발 경쟁 구도가 더욱 격화되면서 미국의 경계감도 확대됐다. 두 국가 모두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규제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전국(BIS)은 80개 기관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는데 이 중 50여 곳이 중국 기관이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정부의 허가 없이는 해당 중국 기업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딥시크 등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의 AI 역량을 늦추기 위해서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는 대중 AI 수출 통제 강화를 촉구했고,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이미 딥시크의 반도체 확보 경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오픈AI도 딥시크가 자사 모델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두 국가의 경쟁으로 AI 산업은 더 커질 전망이다. AI 기술력과 관련 제도에서 앞서 나가는 국가들은 안보, 경제 등에서 지배력을 가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판 AI 범람 영향은…오픈소스 열풍 불다
딥시크 쇼크에 AI 시장을 주도하던 오픈AI 등 미국 AI 기업의 행보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폐쇄형을 고수하던 오픈AI는 챗GPT-2 이후 약 6년 만에 개방형 모델인 '오픈웨이트 AI' 출시를 예고했다. 최근 미국 메타와 프랑스 미스트랄, 중국 딥시크, 알리바바 등 경쟁사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다급히 전략 수정에 나선 모양새다.
개방형 모델인 딥시크는 저비용, 고성능 모델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며 많은 사용자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폐쇄형 모델과 달리 개방형 모델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맞게 모델을 수정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메타도 자사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시리즈 ‘라마4’를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목표는 세계 최고 AI를 구축하고 오픈소스화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이른바 ‘딥시크 충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판 딥시크 나올까…AI 인프라, 선순환 생태계 만들어야
미국과 중국의 AI 주도권 경쟁 상황에서 국내 기업 및 정부도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딥시크가 한국 AI 생태계에 위협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회와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딥시크가 개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소스 방식을 택한 것이 현재 AI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월,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열린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딥시크 등장으로 한국 기업이 거대 언어 모델(LLM)을 직접 하는게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지만 한국 기업들도 여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딥시크가 국내 AI 업계에 준 교훈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AI 개발 방법론의 다양성을 보여줬다는 점은 국내 AI 업계에도 희망적 소식"이라고 말했다.
즉, 딥시크가 던진 가장 큰 메시지는 AI에서 비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 경쟁력에서 GPU 숫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기존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이를 위해 AI 인프라 확보에 민관이 발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최근 힘이 실린다. 단순한 기술의 집합체가 아닌 생태계 플랫폼이자으로 접근해야 하며, 기술 요소 간 연계성과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AI 인프라는 특정 기업만의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혁신 인프라이며, 공공의 역할과 민간의 자원을 연결하는 상생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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