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AI시프트①] AX 확산...SW 비즈니스 모델 진화 급물살
||2025.04.20
||2025.04.20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로 비즈니스 체질을 개선하려는, 이른바 AX(AI Transformation)를 향한 국내외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 AI 거품론이 여전하지만 웹3나 메타버스처럼 반짝 열풍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분위기다. 테스트를 넘어 실전 투입을 목표로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의미 있는 AI 활용 사례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뛰어 넘어 AI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업계 판세를 흔들려는 시도들도 활발하다. 디지털투데이가 창간 18주년을 맞아 다양한 산업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AX 트렌드와 향후 관전포인트를 살펴 본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챗GPT 등장 이후 주요 기업들이 발빠르게 AI와 융합에 나선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미 AI로 인한 산업 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는 단계로 진입했다. 유력 업체들이 앞다퉈 AI를 전진배치하면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업계 판세가 바뀌는 흐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해 특정 작업을 사람 개입 없이 이전 보다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하도록 지원하는 AI 에이전트가 대형 변수로 급부상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판 최대 흥행 키워드라는데 토를 다는 이들이 많지 않을 만큼, AI 에이전트를 향한 관련 업계 행보는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AI 에이전트 정조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SAP 등 빅테크들은 물론이고 AI 에이전트들 주특기로 벤처 투자 회사(VC)들로부터 높은 가치로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들도 쏟아지고 있다.
유력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주력 제품에 AI 에이전트를 통합하는 것을 넘어 외부 기업들이 보다 쉽게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확산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기반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인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내놨고 클라우드 CRM 업체 세일즈포스도 AI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도 최근 업무용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개발 프렘이워크인 에이전트 개발 키트(ADK)'를 선보였다.
유명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AI 에이전트가 통합되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간판 생산성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365용 AI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에 추론 AI 모델을 적용한 AI 에이전트인 '리서처'와 '애널리스트'를 공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리서처(Researcher) 애널리스트는 오픈AI o3 추론 연구 모델과 코파일럿 조합 및 심층 검색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시장 전략, 분기 미팅을 위한 고객 조사 등의 복잡한 분석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SAP도 AI 어시스턴트를 넘어 AI에이전트로의 전환에 공격적이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들도 기업 시장 공략 일환으로 AI 에이전트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오픈AI는 개발자들이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및 툴셋인 응답 API(Responses API)를 공개했다. 오픈AI가 선보인 솔루션들은 개발자들이 웹을 검색하고 웹사이트들을 인용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만들거나 회사 파일들을 찾고, 사용자 웹 브라우저를 활용해 데이터 입력을 하거나 웹앱 버그를 테스트할 수 있는 툴들을 포함하고 있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도 컴퓨터가 특정 작업들을 완수하도록 지시할 수 있게 해주는 AI 에이전트 툴인 컴퓨터 유스(computer use)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스프레드시트 등을 편집할 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앤트로픽은 기업용 AI 에이전트 시장 공략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기업 데이터브릭스와도 손을 잡았다. 데이터브릭스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업들이 앤트로픽 클로드 LLM들을 바로 이용해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AI 에이전트 확산 속 비즈니스 모델 변화 구체화
AI 에이전트를 향한 관련 업계 행보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수로 떠올랐다.최근에는 AI 서비스 가격 졍책을 둘러싼 변화가 거세다.
챗GPT가 나온 이듬해인 2023년만 해도 기존 소프트웨어 가격에 더해 AI에 사용자당 한달에 얼마씩 별도로 부과하는 가격 정책이 대세로 통했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쓴 만큼 내는 사용 기반 모델, 생성형AI가 내놓은 결과 기준으로 비용이 부과하는 것 등 다양한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생산성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365 사용자들에게 기본 기능으로 제공해온 코파일럿 챗에 AI 에이전트 기능들을 추가하고 일부 기능들에 대해서는 사용 기반으로 비용을 부과한다.
구글도 자사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워크스페이스용 생성형 AI 가격 정책을 바꿨다. 생성형 AI 기능과 워크스페이스 요금을 통합한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는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쓰는 기업들이 제미나이AI를 사용하려면 AI 기능에 대해 사용자당 월 20~30달러를 별도로 내야 했는데, 정책 변경으로 구글 워스페이스 구독시 기본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대신 구글은 구글 워크스페이스 월 구독료를 2달러까지 인상해 사용자당 월 14달러를 부과한다.
AI 기반 고객 지원 소프트웨어 기업 젠데스크는 AI 요금제를 개편하고 고객 문제를 해결한 경우에만 요금을 부과하는 성과 기반 모델을 도입했다. 젠데스크 성과 기반 요금제는 AI가 고객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했을 때만 요금을 청구하는게 골자다.
◆우리가 알던 소프트웨어의 종말?...업계 판세 변화 관심집중
AI 에이전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방식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로 대접 받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LLM을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자체 구축하는 흐름이 확산되면 세일즈포스와 워크데이 같은 일부 엔터프라이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들엔 위협적일 일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생성형 AI를 통해 기업들이 필요한 앱을 이전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되면서 앱을 사지 않고 만들어쓰는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는게 위협론의 골자다. 하는 일 대부분이 기업 데이터를 관리하는 앱들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단순한 소스코드 작성을 넘어 배포부터 테스트까지 지원하는 AI 코딩 툴들은 이미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는 대화형 AI 덕분에 고객들이 비즈니스 분석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류 앱들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밀고 있다.
사티나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AI에이전트가 SaaS 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대담한 전망을 내놨다.
SaaS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은 본질적으로 비즈니스 로직을 가진 CRUD (create, read, update, delete) 데이터베이스로 AI에이전트들은 비즈니스 로직이나 룰(rules)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게 그의 전망이다. 기업들은 개별 앱들에 룰들을 프로그래밍해서 집어 넣는 대신 여러 앱과 데이터베이스에 걸쳐 룰들을 관리하기 위해 AI를 배치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란 얘기다.
AI 기능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이른바 AI 네이티브 SaaS 업체들의 부상도 주목된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오픈AI 및 오픈소스 LLM 기반으로 구축된 CRM 및 HR 앱을 기존 제품들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사 지원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인터뷰를 수행하는 AI 기반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머커(Mercor)은 1월 기준 회사 연간 반복 매출(ARR)이 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설립 2년도 안돼 이룬 성과다. 세일즈포스가 연매출 5000만달러를 확보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기술을 모르는 사용자들이 웹사이트 등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AI 서비스 업체 러버에이블데브(Loveable.dev)도 창업 3개월 째인 2월 ARR이 1700만달러에 달했다. 러버에이블데브와 유사한 회사인 볼트뉴(Bolt.new)도 두달 만에 ARR이 제로에서 2000만달러로 급증했다.
AI 에이전트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실전에서 확실하게 잠재력을 검증 받았다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에이전트를 외치고 나선 건 AI 에이전트에 담긴, 보다 복잡한 작업을 사람 없이 자동화할 수 있다는 서사 자체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AI에이전트가 기업들이 AI 투자에 보다 적극 지갑을 열도로 하는데 매력적인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질적인 변화가 어느 정도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계 판세가 점점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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