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대체시험 로드맵 공개 FDA… 수혜 국내社 나오나
||2025.04.19
||2025.04.19
의약품·화장품 개발 등 임상시험에서 수많은 동물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연간 500만 마리의 동물이 희생되는 만큼 동물실험 대체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단일클론항체(mAb) 치료제 및 기타약물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카리 FDA 국장은 “제약회사들은 너무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인체 사용 데이터가 있는 약물에 대한 추가적인 동물실험을 수행해 왔다”며 “이번 계획은 약물 평가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동물 실험을 줄이는 동시에 의미 있는 치료법 개발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치료법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 비용과 약가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약물시험에 실험실 동물 사용을 종식시키는 중요한 진전으로, 이는 공중 보건과 윤리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BK투자증권 발간한 제약·바이오 산업 보고서를 보면, FDA는 기존에 시행했던 동물실험인 ▲AI 기반 독성 및 세포주 계산 모델 ▲실험실 환경에서의 오가노이드 독성시험(소위 새로운 접근법 방법론 또는 NAMs 데이터) 등을 축소·개선하거나 대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DA의 로드맵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전임상 시험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FDA의 이번 조치는 동물실험 폐지 필요성에 더해, AI 모델과 오가노이드 등 대체 실험 기술이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성숙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다”고 말했다.
실제 FDA는 고급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물의 분자 구성을 기반으로 부작용을 신뢰성 있게 예측할 수 있고, 특정 동물실험의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간소화된 심사가 가능해 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FDA는 국립보건원(NIH),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 등 연방 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대체시험법 검증을 위한 기관 간 조정위원회(ICCVAM)를 통해 혁신적인 시험법의 검증 및 도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에 단일클론항체 개발업체들이 FDA와 긴밀한 협업해 동물실험을 배제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산업계는 지난해부터 임상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신약개발 비임상 CRO(임상대행) 업체이자 세계 최대 실험동물 공급기업인 미국 찰스리버 래보라토리스 인터내셔널(이하 찰스리버)은 2024년부터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체방법 발전 프로젝트(AMAP)’를 개시했다.
이를 위해 찰스리버는 동물실험을 최소화한 ‘엔도세이프 트릴리움(Endosafe Trillium)’라는 박테리아 내독소 검사도 공개했다. 회사는 엔도세이프 트릴리움을 활용하면 현재 임상시험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투구게(horseshoe crab) 혈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동물실험을 대체할 신약 개발 방식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유전적 특성이 인간과 80%가량 유사한 ‘제브라피쉬(Zebrafish)’를 중개임상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열대어류인 제브라피쉬는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유사해 기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임상 중개연구 모델이다. 제브라피쉬는 3~4㎝로 크기가 작아 비임상 연구에 활용 시 적은 약물로 실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포유류 실험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동물실험 없이 인체의 특성을 모사하는 기능을 가진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첨단 의약품과 신소재를 평가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적의 평가 솔루션을 제공한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통해 미세한 인체 환경을 구현하고 다양한 평가지표를 반영할 수 있어, 기존 시험법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려웠던 질병 치료제의 효능과 기전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또 회사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함으로써 종양 미세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자회사 포도테라퓨틱스를 통해 항암제 감수성평가 솔루션을 사업화했고,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감수성 평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밖에 전임상 단계에서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 기업 중에는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파로스아이바이오 등이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통해 대체실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독성 예측 등 성과를 입증해왔다”며 “FDA가 본격적인 임상 환경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신약 연구 환경은 굉장히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