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리더십]③ 현대가 외향형 전통 ‘ENTJ’ 유추, 그 미래는
||2025.04.18
||2025.04.18
[편집자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발 관세 압박에 각 나라의 주요 기업들이 불확실성의 늪을 헤메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른 현지화 전략으로 ‘현실 맞춤형’ 대응 전략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젊은 세대와 소통할 때 종종 MBTI를 화제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MBTI를 밝힌 적은 없지만 이제까지 드러난 경영 방식과 말·태도 등에 미루어 ‘통솔자’ 유형이라는 ‘ENTJ’일 것으로 유추하는 이들이 많다. ‘카리스마와 자신감을 지니고 사람들이 공통된 목표를 위해 노력하도록 이끄는 것’이 이 유형에 대한 설명이다.
정 회장은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할 때 스스럼없이 상대를 만나고 이를 공개해 MBTI 분류상 외향형(E)의 기질을 보인다.
그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선 또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도 만났다.
1970년생으로 이 회장보다 두 살 어린 그는 2020년 5월과 7월에도 잇따라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만나 ‘미래차 배터리 회동’이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투톱의 지속된 만남은 협업으로 이어졌다. 2023년 10월 현대차와 삼성SDI가 서명한 ‘7년간 각형 배터리 장기공급계약’부터 2024년 9월 ‘현대차·기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제휴 협약’, 지난 2월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결실을 맺었다.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과의 만남은 조만간 두 회사가 수소 생태계 확장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정회장은 2020년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차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7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신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1월에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 사업장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차량 경량화에 필수적인 미래차 소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또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아 6연임하며 우리 양궁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 훈령용 슈팅로봇, 복사냉각 모자 등 다양한 장비를 지원하고 선수들과 메신저로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3월24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 영어로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9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자동차매체 글로벌 포럼에도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이런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정 회장의 행보에 대해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대부터 내려온 기업 문화가 타 재벌그룹과는 다른 전통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승계 과정에 다툼이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일 것”이라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정주영 회장 때부터 현대가 오너들은 모험이랄 수 있는 과감한 투자를 해 온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의선 회장은 캐주얼한 복장으로 사내 대화에 나서는 등 회사 분위기를 개방적으로 바꾸려 하고 임원과 사원에 수평적 직급체계를 도입해 미래지향적 조직 변화를 꾀했다”고 평가했다.
회사 내부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정 회장이 젊다 보니 ’트럼프 관세‘에 발빠르게 잘 대처했다. 5월 단체협약 협상에 64세까지 정년연장안이 테이블에 오른다. 기존의 숙련 재고용제는 퇴직 뒤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이었다. 임금피크제를 담은 정년연장안이 잘 합의되면 좋겠다. 정 회장 취임 뒤 6년 무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경제 상황과 맞물려 회사의 실적이 좋았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영업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B씨는 “국내 매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외국인 CEO가 경영을 맡아 국내 파트가 좀 소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 현지 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동시에 국내 생산·관리·영업에도 힘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자동차 산업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에 있어 중국과 미국이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일본은 이 경쟁에서 밀려났고 우리도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인해전술이랄 정도로 많은 인력이 있고, 미국은 엄청난 보수로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마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인력 양성과 관리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이 다변화·다각화하고 있어 어느 특정 분야에 올인하면 기업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GM의 경우도 전기차에 집중했다가 폭삭 내려앉아 이제 하이브리드만 하겠단 식인데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고, 시장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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