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성능'도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 [시승기]
||2025.04.14
||2025.04.14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새로운 차량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것이 아닌 ‘신차급 변화’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에 시승한 GV70 일렉트리파이드(이하 GV70 전기차) 역시 이 기조를 따른 모양새다.
제네시스는 올해 1월 GV70 전기차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1세대가 등장한 지 2년 10개월 만의 변화다. 신형은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기존 전기차의 단점이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섬세한 변화, 정돈된 인상
신차급 변화라는 말과 달리 외관의 변화는 크지 않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세부 디자인 요소 변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전면 그릴의 마름모꼴 요소로 구성된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은 밑부분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그라데이션 형태로 변했다. 그릴을 감싸고 있는 범퍼 역시 조형을 강조한 형태로 변경됐다.
제네시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두 줄 헤드램프에는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LA·Micro Lens Array)’ 기술을 더했다. MLA는 작은 램프로 큰 광량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렌즈로 주로 현미경과 망원경 제작에 쓰인다. 세세한 변화는 이전 모델에 비해 한층 정돈된 인상을 전달한다.
측면의 변화는 휠 디자인이 바뀐 것이 전부다. 시승차의 경우 바람개비 모양의 휠이 적용됐는데 무광 다크 그레이 컬러가 조화가 높은 편이다. 휠 크기는 20인치며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올시즌 265/45R이 조합됐다.
후면부의 변화는 매우 반갑다. 방향지시등 위치를 바꿔서다. 기존 모델의 경우 방향지시등이 범퍼에 위치해 정차 시 후방 차량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불만이 있었다. 제네시스는 불만을 개선하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테일램프(후미등)로 옮겼다. 이와 함께 범퍼 디자인을 변경하고 하단 부에는 두 줄의 크롬 라인을 더해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또 리어 스포일러의 보조 제동등(HMSL, High-Mounted Stop Lamp)의 디자인을 직선으로 변경했다.
계속 머물고 싶은 실내, 버튼 질감은 아쉬워
신형 GV70 전기차의 실내는 개선의 폭이 큰 편이다.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인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와 타원형 요소로 구성된 디자인은 같지만 편의성과 사용성이 강화됐다.
먼저 도어를 열면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cIC, connected car Integrated Cockpit)을 하나로 합친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를 연속해 배치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끊어지는 부분이 없다. 동급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서는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대부분 터치로 제어되는 방식이다. 물리 버튼의 수가 적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공조장치 및 내비게이션 등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별도로 물리 버튼을 구성한 점은 마음에 든다. 센터 터널에 위치한 컨트롤러의 조작 감각은 다소 아쉽다. 약간 헐겁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실내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변화를 거치면서 도어트림 윗부분에서 센터패시아로 연결되는 무드램프가 적용됐다. 은하수를 형상화한 도어 장식과 무드램프를 조합한 전기차 전용 ‘밀키웨이 패턴 무드라이팅’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의 디자인도 변경됐다. 기존 2 스포크에서 3 스포크로 변경됐으며 신규 엠블럼과 스티치 디테일을 추가한 원톤 컬러도 적용됐다. 운전대 두께는 두꺼운 편이라 잡는 느낌이 좋다.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1열은 물론 2열 공간도 넉넉하다. 1열 시트를 앞·뒷문의 경계 기둥인 B 필러 기준으로 맞출 경우 무릎 공간은 주먹 2~3개 이상은 들어갈 정도다. 시트는 적당히 단단하고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다.
482마력의 출력, 늘어난 주행거리
신형 GV70 전기차의 핵심은 드라이브 트레인(구동렬)의 변화다. 일반적으로 부분변경의 경우 성능 변화에 소극적인데 제네시스는 그렇지 않다.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는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등 성능 강화에 집중했다.
신형의 배터리 용량은 기존 77.4킬로와트시(kWh)에서 84kWh로 늘었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역시 423킬로미터(㎞)로 기존에 비해 23km 증가했다. 충전 시간도 빠른 편이다. 350킬로와트(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분이다. 또 사용자가 원할 때 배터리 온도를 조절해 최적의 충전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도 개선됐다.
가속력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어지간한 스포츠 모델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을 수준이다. GV70 전기차의 구동렬은 앞뒤 액슬에 각각 하나의 전기모터가 탑재된 구성이다. 부스트 사용 시 최고출력은 482마력, 최대토크는 71.4㎏·m다.
500마력에 가까운 출력 덕분에 가속력은 매우 뛰어나다. 거기에 모터가 제어하는 사륜구동(AWD) 시스템까지 더해져 주행 감각이 안정적이다. 급가속 시에도 차체가 균형을 잃지 않는다. 주행 모드 별 체감되는 성능 차이도 크다. GV70 전기차의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으로 구성된다. 이 외에도 운전대에 장착된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10초가량 모든 출력을 쏟으며 달릴 수 있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며 노면의 굴곡을 매끄럽게 흡수한다. 큰 방지턱, 깊게 팬 도로에서는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하기도 한다.
신형 GV70 전기차는 성능 개선을 통해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전기차를 꺼리는 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만하다. 다만 내연기관 모델 대비 높은 가격은 여전히 아쉽다. 시승차의 경우 대부분의 선택사양이 적용돼 9000만원 이상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한 체급 위인 GV80도 노릴 수 있는 가격이다. 판매량 상승을 위한다면 가격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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