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합종연횡의 조건 ②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
||2025.04.14
||2025.04.14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 대부분을 총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카카오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매각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이번에 불거진 자사 경영권 매각설이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 논의 과정이 와전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주주와 지분관계가 어쨌든 변한다는 의미다. 경영권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처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장기간 투자한 FI의 투자금을 회수해줘야 해서다.
다만 이런 지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확보 없이 지분만 사기 위해 수조원을 투자해서는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매각설이 도는 게 FI 보여주기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카카오가 실제 지분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FI 지분만 모두 교체한다고 가정하는 경우와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50%+1주 이상을 매각하는 경우 두 가지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재무적 투자를 단행한 주요 주주로는 앵커애쿼티파트너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텐센트 등이 꼽힌다. 재무적 투자자(FI)는 투자를 통해 사업 시너지 창출을 꾀하는 전략적 투자자(SI)와 달리 투자이익 환수가 주 목적이다.
FI 지분만 변동될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각각 앵커애쿼티파트너스 12.42%, 싱가포르투자청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5.1%씩, 텐센트 4.61%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FI 지분만 새로운 투자자로 교체한다면 지분 27.23%를 교체하는 셈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11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지분 27.23%는 2조9956억원 규모가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3조원쯤의 투자를 유치해와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27.23%라는 지분은 경영권도 없고 회계상 연결 실적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투자자가 실적에 영향을 거의 줄 수 없는 기업에 3조원쯤을 투자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번 지분 변동 추진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지면서 이뤄지는 점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실적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는 기업이 IPO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고 김정주 NXC 회장 유족이 상속세로 정부에 낸 NXC 지분 29.3%는 2년 넘게 유찰되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NXC는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돌파한 넥슨의 모회사다. 정부가 매각하려는 NXC 지분 규모는 4조7000억원쯤이다. 5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점이 유찰 이유로 꼽힌다.
경영권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
이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매각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로 분석된다. 지분 27.23%로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카카오가 자신이 가진 지분까지 추가로 매각해 50%+1주를 확보할 수 있어야 투자 매력이 조금 오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50%에 1주를 추가로 확보한 투자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연결 실적 편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영권 매각도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점이 문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11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지분 가치만 5조5000억원 규모다. 보통 경영권을 인수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웃돈을 주므로 이를 20%쯤으로 가정하면 6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매력 부족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또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인수합병 사례와 비교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은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디즈니의 마블 인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처럼 콘텐츠 IP 경쟁력과 인수합병 시너지가 뚜렷한 사례와 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위치는 애매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은 스토리(웹툰·웹소설), 뮤직(매니지먼트·음반원 유통·멜론), 미디어(영상) 등 3가지다. 세 분야 중 글로벌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 사업분야는 없다. 스토리는 네이버웹툰과 경쟁한다. 멜론은 유튜브 뮤직에 밀리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SM엔터테인먼트가 종속회사 대신 관계사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음반·음원 유통사다. SM엔터테인먼트가 없다면 국내 최대 음반·음원 유통사라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261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1871억원보다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영업이익에 재무, 투자, 세금 등의 비용을 모두 회계처리한 최종 성적표를 말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806억원이지만 영업권 등 무형자산 손상으로만 217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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