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써야 할 환자는 못쓰는데”… ADHD 치료제 품귀 비상
||2025.04.12
||2025.04.12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품귀현상이 장기화되면서 ADHD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DHD 치료제 주성분은 대부분 마약류로 분류돼 정확한 진단에 의한 처방이 요구되지만, 대중들 사이에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며 약물이 지나치게 오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ADHD 치료제(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처방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얀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난해 4월과 7월, 올해 2월까지 총 3차례 콘서타 공급부족을 보고했다. 콘서타 장기 품절에 따라 대체약물인 메디키넷까지 수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전자청원에는 ADHD 자녀 양육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이 ADHD 치료제 품절사태에 대한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ADHD 치료제 콘서타·메디키넷 품절사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제한 청원인은 “한국에서 ADHD 치료제인 콘서타와 메디키넷 등의 주요 약이 대부분 병원에서 품절돼 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ADHD 특성에 따라 약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약이 끊기면 아이의 몸과 마음에 큰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약 품절 문제는 몇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제약사와 병원, 보건당국은 책임있는 해결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약이 품절돼 몇 주씩, 몇 달씩 끊긴다면 아이의 성장과 미래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보통 ADHD는 소아질환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2023년 기준 한국의 ADHD 치료제 비급여 처방량 69.2%가 10~30대에 집중됐다. ADHD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을 자극해 집중력을 높이는 기전을 갖고 있다.
보통 메틸페니데이트는 마약류로 분류되는데, 대중들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 공부에 도움을 주는 의약품으로 입소문이 나며 비급여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처방환자 수도 지난 2019년 13만3813명에서 지난해 33만7595명으로 20만명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ADHD 치료제를 오용할 경우 두통,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를 보면 청소년들이 ADHD 치료제를 오남용할 시 심혈관 질환, 우울증, 발작, 정신병적 증상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은 ADHD 치료제를 3~5년간 복용한 경우 고혈압 위험은 72%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는 ADHD 치료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식약처는 2022년 기분장애 등 진단을 위한 새로운 장애 지표가 신설되고, 진단 기준이 명확화되면서 ADHD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흐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ADHD 치료제 수급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해 현장에서 치료제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업체와 소통하면서 필요한 경우 행정적 지원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의료 현장에서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등도 철저히 점검·관리할 계획이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일부 개원가에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불안 및 감정 조절 장애 등을 ADHD로 진단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이 쉽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약물은 엄연히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마약류로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시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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