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베조스·머스크, 우주선 이어 전기차 경쟁
||2025.04.12
||2025.04.12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앙숙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가 2만5000달러(약 3600만원)짜리 2인승 전기 픽업 개발에 나선다. 새 전기차는 이르면 2026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전기 픽업트럭은 포드 ‘모델 T’와 폭스바겐 ‘비틀’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중인 전기 픽업은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슬레이트 오토는 외부에서 배터리 팩과 전기모터를 조달할 예정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디자인의 전기 픽업트럭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슬레이트 오토가 향후 상장까지 염두하고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슬레이트 오토는 2022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조용히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우주 산업,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방산 등에 이어 전기차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베조스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슬레이트는 아마존과 연관성이 깊다. 시리즈 A 펀딩은 물론이고 회사의 디지털, 전자상거래 리더들이 모두 아마존 출신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베조스의 전기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심지어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로 인한 불매 운동, 대규모 리콜, 포트폴리오의 노후화 등 악재로 테슬라가 하향세를 기록하면서 슬레이트 오토의 승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베조스의 전기차 시장 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오랜 라이벌인 머스크와의 관계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둘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뒤를 잇는 세기의 라이벌로 거론될 정도로 앙숙 관계다. 재미있는 점은 베조스와 머스크의 공통점이다. 둘은 어린 시절 ‘우주 덕후’로 유명했으며 경영철학과 사업 비전도 비슷하다. 심지어 ‘악덕 CEO’라는 비판을 받은 점 역시 닮았다.
둘의 라이벌 관계는 지난 2013년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나사(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대 39A 임대 사업권을 따내며 시작됐다. 그들의 악연은 재활용 로켓과 인터넷 위성 사업 등을 두고도 갈등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 우주선의 발사 횟수를 제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이 주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게 이유다.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X가 다른 회사나 정부, 공공 기관의 발사 기지와 겹칠 가능성을 언급하며 안전 마진을 위한 적격 거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루오리진은 “스타십 우주선은 다른 발사 시스템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슈퍼 헤비 발사, 착륙을 비롯한 작업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켓 발사로 인한 폭발, 파편, 음파 과압, 대기 중 독소 등 인근 현장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해당 소식을 들은 머스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블루오리진을 고소하라”, “법적으로 스페이스X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 우주선과 슈퍼 헤비 로켓 추진체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스타십 우주선은 총 4번의 시험 비행을 마쳤으며 그중 2번은 로켓이 우주 궤도에 도달했다.
한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각) 2029년까지 미 국방부 군사 위성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에서 스페이스X는 28개 임무를 수주해 총 59억달러(약 8조4659억원)을, 블루오리진은 총 7개의 임무를 따내 23억달러(약 3조2986억원)을 배정받았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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