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다음, AI 시대 살아남을까 ③ [기구한 Daum]
||2025.04.07
||2025.04.07
포털사이트 다음(Daum)은 1990년대 말 다양한 ‘국내 최초’ 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 인터넷 산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다음은 쇠락의 길을 말없이 걷고 있다. 카카오와 합병된 이후 사내독립기업 분리에 분사 계획까지 계륵 신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영광스런 과거부터 알 수 없는 미래까지 기구한 포털 다음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다음(Daum)은 1990년대 말 ‘국내 최초’ 타이틀을 줄줄이 따내며 한국 인터넷 산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현재의 다음은 조용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카카오와 합병된 이후에는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됐고, 최근엔 분사 계획까지 발표됐다.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는 포털 다음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2%대 검색 점유율… MS 빙에도 추월
생성형 AI의 급부상은 우리나라 포털 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발간한 보고서 'ICT 브리프 2024'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57.32%로 1위를 차지했다. 구글이 33.9%로 2위, 다음은 7.8%로 3위다.
다음은 2015년 11.74%였던 점유율이 7.8%까지 하락했고,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 기준으로는 지난 3월 검색 점유율이 2.7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MS 빙(Bing)은 3.04%로, 다음을 앞질렀다.
매출 하락세도 뚜렷하다. 다음의 포털비즈 부문 매출은 2020년 4779억원에서 2021년 4925억원, 2022년 4241억원, 2023년 3443억원, 2024년 3321억원으로 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검색 시장이 ‘생성형 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포털 경쟁력은 빠르게 흔들린 결과로 풀이된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검색엔진에 통합한 AI 오버뷰를 선보였고, MS는 GPT 기반 빙을 통해 대화형 검색 기능을 강화했다.
카나나 프로젝트로 AI 반격 준비
반면 다음은 아직까지 AI 기반 검색 서비스가 없다. 올해 1월 모바일 앱을 9년 만에 전면 개편했으나 UI·UX 중심 개편에 그쳤다는 평가다. 향후 AI 기반 이용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임을 밝혔지만 빅테크들이 앞다퉈 도입 중인 AI 검색 기능과 관련해선 현재까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AI 기술이 다음에 적용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분사 이후에도 계열사로서 카나나와 같은 카카오 서비스 모델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체 AI '카나나'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풀스택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대화형 AI 에이전트 앱 '카나나' 베타 테스트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화된 맥락을 기반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에이전틱 AI를 연말까지 준비할 계획이다. 연초에 발표했던 오픈AI와의 협력도 강화해 연내 공동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다음이 카카오에서 분사를 하게 된 후에도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도록 현재 연계된 회사들을 모두 사업 협력으로 맺어두겠다"며 "현재 연계된 자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조조정 없이 인력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음이 독자적 정체성을 찾아야만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포털의 시대는 검색에서 ‘정답’을 제공하는 시대로 전환됐다”며, 생성형 AI의 도입이 포털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음이 살아남기 위해선 카카오톡과의 시너지, 차별화된 정체성이 절실하다”며 “지금처럼 기존 기능만 유지할 경우, 야후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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