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내주고 만년 2인자로 ① [기구한 Daum]
||2025.04.07
||2025.04.07
포털사이트 다음(Daum)은 1990년대 말 다양한 ‘국내 최초’ 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 인터넷 산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다음은 쇠락의 길을 말없이 걷고 있다. 카카오와 합병된 이후 사내독립기업 분리에 분사 계획까지 계륵 신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영광스런 과거부터 알 수 없는 미래까지 기구한 포털 다음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은 1995년 이재웅·이택경·박건희 등 3명의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했다. 다음은 예술 사이트에서 출발해 영역을 넓히다 종합 포털사이트로 발전했다. 세계 최초의 포털사이트가 ‘야후’라면 다음은 국내 최초의 포털사이트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997년 국내 최초의 무료 이메일 ‘한메일’을 선보였다. 1999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 카페’가 문을 열었다. 다음은 2000년부터 검색 서비스를 시작해 종합 포털사이트가 됐다. 한메일은 다음 계정을 가진 이들의 이메일 주소를 통해 흔적만 남은 상태다. 다음 이메일은 현재 한메일넷, 다음넷, 카카오닷컴 등 3개로 사용된다.
포털 다음이 기울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다음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최초의 포털사이트, 국내 최초의 무료 이메일,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위상을 떨쳐왔다.
후발주자 네이버의 추격이 매서웠다. 1999년 삼성SDS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네이버컴’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네이버는 2000년대 인터넷 발달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한메일을 가진 다음이 네이버보다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2000년 사전, 뉴스, 웹문서 등을 카테고리별로 보여주는 통합검색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2002년 지식in, 2003년 블로그·카페, 2005년 실시간 검색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그동안 다음은 검색 대신 다른 것에 집중했다. 다음은 2002년 한메일에 ‘온라인 우표제’를 도입해 이메일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이용자의 극심한 반발을 마주했다.
검색과 이메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던 다음은 2014년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 개발사 카카오와 합병했다. 2위 포털과 1위 메신저의 결합이라 당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상장사인 다음이 비상장사이자 벤처기업 카카오를 인수하는 구도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다음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비상장사 카카오가 상장사 다음을 역으로 흡수합병하게 됐다.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국내 증권시장에 우회상장을 했다.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카카오톡은 2010년대 스마트폰 시대를 타 메신저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다음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포털사이트 점유율 1위 자리를 네이버에 내줬다. 그 뒤로 다음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 집계 결과 2015년 11.87%에서 올해 2월 2.73%까지 떨어졌다.
한때 검색 점유율 1위였던 다음은 이제 3%가 넘는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에도 점유율 순위가 밀린다. 구글은 26%, 네이버는 66%다. 다음의 검색엔진은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의 샵(#) 검색에 사용된다.
쇠락하기 시작한 포털사이트 다음은 입지를 좀처럼 넓히지 못했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을 합병해 사명을 ‘다음카카오’로 바꿨다가 2015년 회사 이름에서 ‘다음’을 떼어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구성된 카카오의 모바일 생태계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의 설자리는 계속 좁아졌다. 국내 최초의 포털사이트 다음이 쇠락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다음을 2023년 5월 사내독립기업(CIC)로 분리했다. 다음CIC는 2024년 이름을 콘텐츠CIC로 변경했다. 콘텐츠CIC가 된 다음 사업부문은 다음 재도약을 위해 여러 노력을 진행했다. 콘텐츠CIC가 올해 1월 단행한 다음 모바일 앱 개편은 9년 만의 개편이었다.
하지만 다음 모바일 앱 개편이 재도약 동력이 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다음 모바일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개편 후 738만명쯤으로 전월 대비 46만명 감소했다.
그러다 2025년 3월 13일 카카오가 타운홀 미팅을 통해 콘텐츠CIC의 분사를 준비한다는 계획을 임직원에게 공유했다. 카카오는 포털·검색·콘텐츠 분야 경쟁이 심화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분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CIC는 한 기업의 특정 사업부문을 별도로 운영하는 별도 회사처럼 만든 조직이지만 분사는 실제 새 법인을 만들어 독립시키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콘텐츠CIC 분사에 반대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인력감축·구조조정 전 자체 인사 처리가 수월하도록 분사를 택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노조는 3월 26일 제주도 카카오 본사에서 진행된 카카오 주주총회에서 콘텐츠 CIC 분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동안 분사, 합병, 매각 사례만 20건이 넘지만 한 번도 안정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며 “회사가 일단 결정하고 혼란은 노동자들이 감당하는 형태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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