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지고 뒤틀려도 문제없어… 기아 타스만 [시승기]
||2025.04.06
||2025.04.06
기아가 브랜드 최초로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이하 타스만)’을 내놓았다. 회사는 타스만을 선보이기 전부터 높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픽업트럭의 본질을 지키는 동시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구성 등이 자신감의 이유였다. 기아는 타스만을 통해 위축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선택지를 넓히고 리더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3월 31일 타스만의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해발 700미터(m)의 정상을 올라가는 임도 체험과 오프로드 코스, 온로드 코스 등을 직접 주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X-프로와 일반 모델을 모두 시승했다.
존재감에 실용성 더한 디자인
기아는 자사 고유 디자인 언어로 타스만을 완성했다. 전면부에는 기아의 패밀리룩인 타이거 페이스 디자인의 라디에이터를 전면에, 얇은 세로형 헤드램프는 양 끝에 배치했다. 헤드램프에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기존 기아 차량과 달리 가로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측면은 일반적인 픽업트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접근각과 이탈각, 램프각을 고려한 것이 눈에 띈다. 기본형 사륜구동(4WD) 모델을 기준으로 접근각, 이탈각, 램프각은 각각 28.9도, 25도, 23.7도다. X-프로의 경우 각각 32.2도, 26.2도, 25.8도다. 또 전·후륜 휠 센터를 14밀리미터(㎜) 낮춰 차고를 높였다. X-트림의 최저지상고는 252㎜다.
타스만 측면 하단부와 휠하우스 상단에는 플라스틱 소재 가니시를 더했다. 이는 오프로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조수석 뒤쪽 휠하우스 위쪽 가니시에는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스토리지 박스를 마련했다. 해당 박스 덮개는 6킬로그램(㎏) 이하의 물건을 올려둘 수도 있다.
차량 후면은 사용 편의성에 집중한 모양새다. 범퍼 모서리에는 코너 스텝을 적용해 적재함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고 테일게이트는 천천히 열리도록 설계됐다. 적재함 길이는 1512㎜며 폭과 높이는 각각 1572㎜, 540㎜다. 또 양쪽 휠하우스 간 폭은 1186㎜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적재 공간은 1173리터(L)며 적재 중량은 이륜구동(2WD) 모델 기준 최대 700킬로그램(㎏)이다. X-프로 트림은 오프로드 특화 장치 등으로 최대 적재 중량을 500㎏으로 설정했다.
짐을 싣는 트럭 베드에도 편의사양이 다수 적용됐다. 먼저 적재함 손상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 베드라이너를 기본 제공한다. 손상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는 타 픽업트럭과 달리, 베드라이너가 손상되면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좌우에 LED 베드 램프를 적용하고 총 4개의 후크를 마련해 적재물을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측벽에는 부피가 큰 화물을 고정할 수 있도록 레일&클릿을 더했다. 아웃도어 환경을 고려해 220V 인버터도 적용됐다. 이를 통해 200와트(W)의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편의 장비, 넓은 2열은 분명한 장점
실내는 최근 기아의 다른 차량과 비슷한 구성이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 기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X-프로 트림은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볼 수 있는 전용 페이지가 더해졌다.
전체적인 실내 구성은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못지않다. 센터 터널에는 두 개의 휴대전화 무선 충전 패드가 적용됐고 큰 크기의 물리버튼도 존재한다. 이는 아웃도어나 작업 환경에서 장갑을 낀 채 버튼을 조작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또 센터 콘솔 앞쪽에는 구동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이 마련됐다. 타스만의 제원을 그림으로 표시해 시각적 요소를 높였다. 접이식 센터 콘솔도 적용돼 있어 간이 테이블로도 이용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경쟁 모델 대비 넓은 편이다. 1열 시트를 B 필러에 맞추면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또 2열 시트에는 슬라이딩 방식의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돼 장거리 이동에도 불편함이 없다. 이 외에도 2열 시트 방석을 들어 올려 짐을 싣는 것도 가능하다.
압도적인 오프로드 성능… 낮은 효율성은 아쉬워
타스만의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가장 해발 700m 이상의 박달고치 정상을 다녀오는 코스를 주행했다. 숲속 길인 임도에 진입하기 전 구동계를 4L로 변경하고 험로주행(터레인) 모드를 '머드'로 변경했다. 참고로 타스만의 구동 모드는 ▲2H ▲4A ▲4H ▲4L 등으로 구성된다. 터레인 모드는 ▲오토 ▲스노 ▲머드 ▲샌드 ▲록 등 총 5가지다.
눈이 녹은 직후라 진흙으로 변한 노면은 매우 미끄러웠지만 높은 힘(토크)을 네 바퀴로 전달한 탓에 휠 스핀이 일어나지 않았다. 전방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워 그라운드 뷰 모니터도 실행했다. 이는 전면 카메라를 통해 전방 노면을 화면에 보여주는 장치다. 실제로 오프로드 주행 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노면을 비춰주는 방식이 아니라 움직임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내리막 길에서는 X-트랙 모드를 활성화하자 낮은 속도로 내리막을 주행했다. 이 모드는 운전자가 시속 10㎞ 미만의 속도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임도 주행을 마친 후에는 경사로, 도강, 범프, 자갈 등으로 구성된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했다. 먼저 700㎜ 깊이의 도강 코스를 주행했다. 일반적인 SUV로 강을 건너면 흡기구를 통해 엔진으로 물이 유입될 수 있다. 타스만은 이를 고려해 에어인테이크 흡입구 측면 펜더를 내부 상단 950㎜에 두고, 이를 진행 반대 방향으로 배치해 물이 유입되지 않게 설계했다.
한쪽 노면이 번갈아 가며 깊게 패인 범프 코스도 문난히 통과했다.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를 활성화하자 한쪽 바퀴만 노면에 붙어있는 상황에서도 주행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모든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는 내내 차체가 뒤틀리는 상황에서도 부싱을 강화한 덕분에 불쾌한 잡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든 오프로드 주행을 마친 후에는 왕복 80㎞가량의 온로드 시승이 이어졌다. 적재함에 짐을 싣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준수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힘도 부족하지 않았다. 타스만에는 2.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은 281마력이며 최대토크는 43.0킬로그램미터(㎏·m)다. 2H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경쾌하게 속도를 높였다. 80㎞대 영역에서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거의 없었다. 다만 엔진룸에서 전달되는 소음은 다소 큰 편이다. 또 고속영역에 접어들자 엔진룸에서 휘파람과 같은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터빈 소리와는 조금 다른 소음이다. 엔진룸과 캐빈 격벽에도 흡차음재 적용 비중을 높였으며 어땠을까 싶다.
4A로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다소 진행방향 틀어짐(토크스티어)이 느껴진다. 불안함을 전달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2H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효율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시승 후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L당 5~6㎞ 수준이다. 타스만의 복합 연비는 17인치 빌트인캠 미장착 기준 8.1㎞/L다.
타스만의 가격은 기본 모델이 3750만원부터, X-프로는 524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아는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6월까지 출고하는 개인 및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첫 1년간 이자만 납입하고 2년간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는 거치형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타스만은 픽업의 본질과 오프로드 성능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이다. 레저, 아웃도어 활동, 작업 환경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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