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Pleos 25’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브랜드 ‘Pleos(플레오스)’를 공식 발표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이 행사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Software-Defined Vehicle) 시대를 맞아 차량과 도시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기술 플랫폼을 선보인 자리로, 구글, 삼성전자, 네이버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수백 명의 개발자가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이 Pleos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Pleos란 무엇인가? ‘Pleos’는 라틴어로 ‘더 많은’을 뜻하는 ‘Pleo’와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를 결합한 이름으로,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비전을 상징한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은 키노트에서 “Pleos는 차량을 넘어 모든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스스로 움직이고 스마트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며, “사용자 중심의 가치를 더해 이동의 개념을 재정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차량 운영체제 ‘Pleos Vehicle OS’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를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Pleos Vehicle OS: 차량의 두뇌 ‘Pleos Vehicle OS’는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설계된 운영체제로, 전자·전기(E&E)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이 시스템은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HPVC)와 존 컨트롤러(Zone Controller)를 통해 기존 제어기를 약 66% 감축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한 구조를 통해 유연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차량은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자율주행과 AI 기술을 통합해 스스로 학습하는 ‘러닝 머신’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었다.
Pleos Connect: 차량 속 스마트폰 경험 ‘Pleos Connect’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모바일과 차량 간 연결성을 강화한다. 사용자는 익숙한 앱과 콘텐츠를 차량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으며, ‘Pleos ID’를 통해 개인 맞춤형 설정을 차종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행사에서는 아이오닉 6에 적용된 Pleos Connect가 전시되었는데,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와 탈착식 물리 스위치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점이 주목받았다. 다만, UI 디자인이 테슬라와 유사하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되었다.
Pleos Playground: 개방형 앱 생태계 현대차그룹은 누구나 차량용 앱을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Pleos Playground’를 공개하며 개발자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이 플랫폼은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API, 샘플 코드, 가상 테스트 환경 등을 제공해, 실제 차량 없이도 앱 개발과 디버깅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완성된 앱은 현대차가 운영할 앱 마켓에 등록되어 사용자에게 배포되며, 스마트폰처럼 차량 내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글로벌 파트너십과 확장성 ‘Pleos 25’에는 구글, 삼성전자, 네이버, 쏘카, 유니티, 우버 등 주요 파트너사들이 참여해 협업 사례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차량과 스마트홈을 연결하고, 구글은 AAOS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며, 유니티는 3D 엔진으로 차량 내 게임 콘텐츠를 제공한다. 쏘카는 차량 데이터 연동으로 초개인화된 공유 서비스를, 우버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확장을 예고했다. 이러한 협력은 Pleos를 단순한 차량 플랫폼을 넘어 도시와 인프라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OS로 발전시킬 기반이 될 것이다.
적용 계획과 미래 비전 현대차그룹은 2026년 2분기 출시 신차부터 Pleos를 순차 적용하며, 2030년까지 2,0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2027년 말까지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고, ‘Next Urban Mobility Alliance(NUMA)’를 통해 도시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구축한다. 수요응답형 교통 ‘셔클’과 교통약자 디바이스 ‘R1’ 같은 실증 프로젝트는 지방 소멸과 교통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가와 과제 Pleos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개방형 생태계와 글로벌 협력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 UI 독창성 부족, 초기 적용의 안정성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송창현 사장은 “개발자, 파트너사, 지자체와 함께 개방형 모빌리티 생태계를 지속 고도화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Pleos’는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을 구체화한 첫 결과물로, 차량을 또 하나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4월 2일 현재, Pleos는 모빌리티 산업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보여주며, 현대차가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Pleos의 성공 여부는 기술 완성도와 생태계 확장 속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