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모니터 전환에 마주한 예상치 못한 복병들 [권용만의 긱랩]
||2025.04.02
||2025.04.02
PC가 등장한 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스플레이에도 많은 ‘혁신’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비주얼 충격을 받은 사례로 윈도95를 1024x768 XGA 해상도로 접했을 때, LCD 모니터로 1280x1024 해상도를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이런 비주얼 경험 ‘혁신’의 마지막은 10여년 전 ‘윈도7’과 함께 본격화된 ‘풀HD(1920x1080) 대중화’였지 싶다. 이제 ‘풀HD’는 현대적 사용자 경험의 기본으로 충분히 실용적이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고 개인적으로도 이제는 다음 세대 환경으로 넘어갈 계기가 다가왔다. 올해 마주한 가장 큰 계기는 ‘지포스 RTX 5090’의 등장이다. 기존의 ‘풀HD’ 환경에서는 이 거대한 카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용하던 모니터는 10년을 훌쩍 넘어 조금씩 고장이 잦아지는 상황이었다. 4K 모니터 가격도 제법 내려서, 이제 대기업 브랜드라도 적당한 보급형 모델은 인치당 1만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10여년간의 ‘풀HD’ 환경에서 한 번에 ‘4K’로 넘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4K 해상도는 기존 풀HD보다 4배의 정보량이 필요한 만큼, 이를 제대로 전송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특히 모니터와 직접 연결되는 ‘데스크톱 PC’보다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노트북 PC’에서의 연결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다가왔다. 결국 4K 모니터로의 교체는 모니터 뿐만 아니라 여러 주변장치를 한꺼번에 바꾸는 대공사가 됐다.
4K 모니터 연결을 위한 최소 조건 ‘HDMI 2.0’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는 ‘4K’는 단순히 해상도만 ‘4K(3840x2160)’를 만족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주사율 또한 최소한 기존의 60Hz를 유지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경험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K@60Hz’를 제대로 전송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송 속도는 12.54Gb/s(초당 12.54기가비트 전송)이고, HDMI 규격에서는 최대 18Gb/s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HDMI 2.0’부터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 최대 전송 속도 10.2Gb/s 수준인 HDMI 1.4 규격에서 4K 해상도를 설정하면 주사율이 30Hz거나 색 표현력을 크게 희생해야 60Hz를 사용할 수 있다.
4K 해상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PC와 모니터, 케이블이 모두 ‘HDMI 2.0’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 PC의 경우 엔비디아는 2014년 9월 발표된 ‘지포스 GTX 900’ 시리즈 시절부터, AMD는 2016년 6월 발표된 ‘라데온 RX 400’ 시리즈 시절부터 HDMI 2.0을 본격적으로 지원한다. 인텔은 이보다 좀 더 늦어서, ‘Xe’ 아키텍처 기반 내장 GPU가 사용된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부터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의 모든 HDMI 포트가 ‘HDMI 2.0’을 지원한다. 노트북의 경우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부터 HDMI나 ‘썬더볼트’ 포트로 4K 디스플레이 출력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
HDMI도 지원 규격에 따른 ‘버전’이 있다. 초기 ‘2.0’은 4K 2160p 60Hz 정도를 지원한다. 하지만 2.1에서는 이 지원 범위가 크게 올라서 8K/10K급 해상도에서도 120Hz 주사율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최신 2.2 규격에서는 12K급 해상도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HDMI 생태계에서는 정책적으로 HDMI 2.0의 상위 버전 스펙 중 일부만 지원해도 상위 버전으로 표기할 수 있게 해 실제 기대한 사양을 갖췄는지 확인이 까다로운 상황이다. 한편 HDMI 2.0의 기본 스펙 정도라면, 2m 길이 이내의 케이블로 대부분은 기존 HDMI 1.4 케이블을 그대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노트북 연결 위한 허브도 ‘4K’ 지원 확인 필요
최신 노트북 PC에 외장 모니터로 ‘4K’급 모니터를 연결하기 위해서도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 때 가장 편리하고 저렴한 방법은 ‘DP Alt(Alternative)’ 모드를 지원하는 USB 허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USB 허브는 보통 2~3만원 정도의 가격대에 HDMI 출력과 몇 개의 USB 포트 등을 갖추고, USB-PD 패스스루 기능을 통해 노트북에 전원을 공급할 수도 있다. 즉, 노트북에 허브 하나만 끼우면 모니터와 주변장치 등이 모두 한꺼번에 연결돼 흡사 고가의 ‘도킹 스테이션’을 쓰는 것과 같은 편의성을 누릴 수 있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한 구성도 모니터가 ‘4K’급까지 올라가면 따져야 될 것이 많아진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저렴한 보급형 USB-C 허브에 제공되는 HDMI 포트가 대부분 풀HD 급 해상도까지만 지원하는 ‘HDMI 1.4’ 정도라는 것이다. 4K 지원이라 써 있다 해도 자세히 보면 ‘4K@30Hz(4K 해상도에 주사율 30Hz)’ 등으로 단서가 달려 있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이를 벗어나는 대안들도 있지만 가격도 조금 더 비싸고, 수많은 제품 사양들 중 조건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찾기도 힘들다. 기재된 사양이 실제 지원되는지 신뢰성의 문제까지 겹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썬더볼트’다. 썬더볼트4 지원 도킹 스테이션이나 허브, 혹은 허브가 장착된 모니터를 사용하면 4K 디스플레이와 USB 허브 등의 주변장치, 전원 공급까지 한 번에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평범한 USB-C 허브보다는 비용이 좀 더 들어간다. 썬더볼트 인터페이스 기반의 도킹 스테이션은 기능에 따라 수십 만원대에 이르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모니터의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는 실질적으로 ‘노트북 PC’만을 위한 것이고 이를 갖춘 모니터는 일반적으로 조금 더 높은 가격대를 갖춘 상황이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 또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해결의 기미가 보인다. 최신 ‘USB4’는 ‘썬더볼트’ 기술을 기반으로 해 양 기술 간 상호호환성이 있고, 이러한 상황을 활용해 USB4 기반의 ‘썬더볼트 호환’ USB-C 허브도 시장에 등장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일반적인 USB-C 허브보다는 성능이 좋고, 썬더볼트4 기반 허브나 도킹 스테이션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의 경우 초기에는 사용자들이 직접 호환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실제 USB-C 허브나 썬더볼트 도킹 등도 제조사와 노트북 브랜드에 따라 미묘한 호환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썬더볼트 4 도킹 스테이션, 썬더볼트와 USB4 간 호환도 가능해
현재 노트북 PC에 모니터와 주변장치들을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은 역시 ‘썬더볼트4’ 인터페이스 기반의 도킹 스테이션이다. 도킹 스테이션은 제품에 따라서는 4K급 모니터를 여러 개 연결하고서도 키보드와 마우스, 외장 하드 디스크나 SSD 등을 USB로 연결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선택이다. 한 대의 노트북을 외부에서 쓰다가 집에 와서 편리하게 연결하는 것을 넘어, 여러 대의 노트북 PC를 용도에 따라 빠르게 바꿔 쓰는 데도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이번 ‘4K 모니터’ 전환의 마지막 퍼즐은 벨킨의 ‘썬더볼트4 독 프로’를 썼다. 이 제품은 썬더볼트4 기반의 도킹 스테이션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은 제품이지만 기능과 성능도 모두 최고 수준이다. 패키지 내에 썬더볼트4 케이블과 120W 어댑터가 포함됐고 90W 출력의 USB-PD로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다. 4K 모니터의 멀티 디스플레이 구성도 가능하다. 도킹 스테이션 제품에 유선 이더넷 포트와 사운드 출력, 여분의 USB 포트와 SD카드 슬롯까지 갖춰 연결하고 나면 노트북에 손을 댈 필요가 거의 없다.
벨킨의 도킹 스테이션은 기본적으로 ‘썬더볼트4’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노트북이나 애플 ‘맥북’과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범용 USB 인터페이스와도 호환 가능하다. 특히 ‘USB4’ 규격이 썬더볼트의 기술 기반으로 구성된 만큼 USB4와의 상호 호환이 가능한 점도 흥미로웠다. 이 벨킨 ‘썬더볼트4 독 프로’는 썬더볼트4 포트를 갖춘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에이수스 젠북 S 14 OLED’와 ‘HP 엘리트북 830 G8’은 물론이고, AMD 프로세서 기반에서 USB4 포트를 갖춘 ‘레노버 리전 고’ UMPC에서도 4K 디스플레이와 썬더볼트4에 상응하는 4레인 연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짐을 확인했다.
한편, 도킹 스테이션을 들이면서 얻은 부수적인 효과는 ‘깔끔함’이다. 일반적인 ‘허브’ 형이면 노트북 PC 주위에 모니터와 주변 기기 연결 케이블이 올 수밖에 없고, USB-C 포트가 노트북의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선 정리 방법도 달라졌다. 하지만 도킹 스테이션은 이러한 복잡한 선을 노트북 PC 근처까지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만큼 좀 더 편리하고 깔끔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의 ‘썬더볼트4’ 기술과 ‘USB4’ 표준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현재의 썬더볼트 도킹 스테이션은 표준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제법 오랫동안 그 가치가 유지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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