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잇·트렌비는 괜찮나…발란 사태에 온라인 명품 업계 대혼란
||2025.04.01
||2025.04.01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정산 지연 후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온라인 명품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전날 오후 서울회생법원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지난 24일 정산 오류에 따른 재정산 작업으로 정산금 일시 미지급을 공지한지 1주일 만이다. 첫 공지에서 발란은 28일까지 재정산 내역을 공지하고 정산 예정일을 확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어기고 29일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주말내 방법을 찾겠다고 공언했다가 또한번 사태 대책으로 법인회생 카드를 꺼내며 신뢰를 저버렸다.
발란 입점 셀러들은 명품 플랫폼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중소형 명품 플랫폼들에서도 정산지연이 발생했던 전력이 있어서다. 한 발란 입점 판매자는 "패션쇼크, 코코방스, 셀렉온, 발란까지 4단 콤보를 맞았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발란이 명품 전문몰 중 1위 업체였던 만큼, 피해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수입유통사를 비롯해 업계에서 꽤 이름을 알린 대형사들도 발란 판매 비중이 컸던 상황이다. 발란은 명확한 미정산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월거래액 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의 올해 1월과 2월 결제추정액은 각각 172억원, 180억원으로 집계됐다.
2달치 미정산금 보전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법인회생시 공익 목적으로 상거래채권은 선순위로 보전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100% 변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23년도 회계 기준 발란은 총부채가 총자산을 77억원 초과하는 자본잠식 상태다. 회사 자산을 모두 청산해도 전액 빚 변제가 불가한 것이다. 또 최우선채권인 근로자 임금, 질권을 양도하는 담보채권 등 상거래채권에 앞서는 권리를 가진 채권들도 존재한다.
발란의 대체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큰 상황이다. 고액인 명품의 특성상 판매분을 염두해 수입한 재고 손실도 일반 상품에 비해 크다. 또 온라인 명품 시장은 정품 판매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해, 통상 명품 플랫폼들은 중개자임에도 개별 판매자의 가품 판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뒀다. 때문에 네이버쇼핑, 쿠팡 등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입점도 대안이 아니다.
설상가상 발란과 함께 주요 명품앱으로 꼽혔던 머스트잇, 트렌비 등도 수익기반이 약하다. 머스트잇은 2023년 9월 압구정 사옥을 410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으나 적자를 누적하고 있다. 트렌비는 2024년 회계 기준 현금성 자산 45억원을 보유했고 이는 정산 예정액의 2.3배라고 설명했다. 다만 1회 정산액이 통상 이커머스 업계 대비 크게 낮아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외 젠테, 구구스 등 중·소형 플랫폼들은 발란과는 사업모델이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대부분 플랫폼에서 동시 운영하고 있으니 어느정도 버티겠지만 소형은 특정몰에 집중돼 있어 발란이 사라지면 더이상 운영이 힘든 게 사실"이라며 "발란은 최저가만 맞추면 대형이든 소형이든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라 유리한 면이 많았고 그외 채널은 그게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명품 판매 업황도 크게 악화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약 4억명에 달하던 명품 소비자층은 작년 기준으로 2년간 총5000만명이 감소했다. 아울러 베인앤컴퍼니가 작년 말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개인 명품 시장규모 전망치는 전년 대비 2% 감소한 3630억유로(약 538조원)로 집계됐다. 감소 배경으로 보고서는 "중국의 빠른 둔화와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고 추정했다.
환율, 관세 등 외교적 변동성도 수입 업체들에게 나쁜 상황이다. 작년부터 달러·유로 등 주요 명품 수출국 화폐 가치는 원달러 대비 지속 상승했다. 국내에서 이미 시장가를 형성한 상황에서 구매비용이 늘어나니 일부 판매자들은 역마진을 감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발란 입점 업체들 사이에선 명품 판매 여력을 상실했다는 호소도 나온다. 한 발란 입점 판매자는 "지금은 명품만 팔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품목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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