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시대 연 ‘보령’… 김정균 “인류에 꼭 필요한 기업 될 것”
||2025.03.31
||2025.03.31
보령의 오너 단독대표 체제가 가동됐다. 회사는 책임경영을 강화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대처해 나아가겠다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보령은 31일 종로구에 위치한 보령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을 개최했다. 이날 보령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의건 ▲이사 선임의 건(사내이사 김정균·김성진, 사외이사 차태진) ▲정관 변경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RSA(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 부여 관련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했다.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재선임됨에 따라 본격적인 보령의 단독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오너 일가가 보령을 단독으로 이끈 건 16년만이다.
앞서 보령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을 알린 바 있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두현 대표가 개인 사유로 자진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주총을 진행한 김 대표는 “전 세계에 보령과 같이 61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회사는 1% 아래다”라며 “회사가 100년, 120년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살아 남는 것을 넘어 인류에 꼭 필요한 회사로 거듭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1985년생인 김정균 대표는 보령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로, 김 회장 장녀인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의 아들이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산업공학 전공을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 사회행정약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2011년 1월 삼정KPMG를 거쳐 2014년 보령에 입사했다.
김 대표는 2022년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신사업 부문을 총괄하며 기존 내수 시장 중심으로 성장한 전략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과 신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김 대표가 취임 첫 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분야는 우주산업이다. 보령은 미국 민간 우주개발 전문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7%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 최초 사례로, 보령이 우주정거장 개발 및 우주 의료 산업에 본격 뛰어든 계기가 됐다.
보령은 우주사업 확장을 위해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했다. 브랙스는 보령이 우주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위해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과 올해 1월 합작 설립한 조인트벤처(JV) 법인이다. 이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저궤도 기술 및 인프라 사용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꿈을 우주로 보내는 ‘Humans In Space Youth(이하 히스 유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히스 유스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초등학생 20팀의 그림은 올해 6월 초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보령이 우주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900억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보령은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국내외 우주 스타트업과 협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제약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우주 산업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우주 산업에 대한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당장 기업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 김 대표의 전략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우주 산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김 대표는 장두현 전 대표와 함께 블록버스터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시장 확대, 항암(Onco) 부문 독립 및 LBA(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매입) 전략을 통한 항암제 사업의 높은 성장과 필수 의약품 생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이끌며 지난해 보령의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는 탄탄한 제약산업을 바탕으로 기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전략 사업인 우주의학 사업에 자원을 배분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대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업 존재 이유는 이익 창출이며 이것을 재투자해 다음 세대가 더 큰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줘야 한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주산업을 너무 먼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전 세계가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행사를 더 이상 신기해하지 않듯이 언젠가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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