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학회서 맞붙은 렉라자 VS 타그리소… 표준치료제 왕좌 경쟁
||2025.03.31
||2025.03.31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유럽학회에서 각각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대한 최신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렉라자는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기존 대비 개선된 효능을 증명했으며, 폐암 치료제 왕좌에 있는 타그리소도 병용 투여 방식의 후속 임상 데이터를 대거 공개하는 등 글로벌 기준치료제(백본) 자리를 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6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폐암학회(ELCC) 연례학술대회에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과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신규 임상 결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해 개발한 항암제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와 함께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국내에서는 2021년 첫 허가 이후 2023년부터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우선 J&J는 이번 학회에서 3상 임상시험(MARIPOSA) 결과를 공개하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대비 전체 생존기간(OS)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EGFR 변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L858R 치환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이 37.8개월(중앙값) 동안 환자를 추적한 결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투여한 환자의 3년 생존율은 60%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타그리소 투여군의 생존율은 51%에 그쳤다. 42개월차에는 생존율이 56% 대 44%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아직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대비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1년 이상 늦출 것으로 평가된다고 J&J 측은 설명했다. 타그리소의 전체 생존기간이 36.7개월인 만큼 4년 이상 생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니콜라스 지라드 프랑스 파리-삭클레이 대학 교수(퀴리연구소 종양내과장)는 “생존 곡선을 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환자의 생존 기간을 지속적으로 연장시키고 있다”며 “두 치료법 간 생존 곡선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삶의 질 평가에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주요 평가지표인 ▲뇌전이 진행 없는 생존기간(PFS) ▲뇌전이 반응률 ▲증상 진행까지 걸린 시간(TTSP) 등에서 타그리소를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TTSP에서 타그리소 투여군(29.3개월) 대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14개월 길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 데이터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진입하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임상을 주도한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 “이번 임상 결과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표준치료제로 권고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도 이번 학회를 통해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활용한 환자에게 폐암이 재발했을 때 다른 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의 후속 임상 등 총 4건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먼저 회사는 절제 불가능한 3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LAURA) 추가 데이터를 공유했다. 임상 결과 중간 생존 기간은 타그리소군에서 58.8개월로, 위약군의 54.1개월보다 길었다. 특히 위약군 환자의 78%가 진행 후 타그리소로 교차 치료를 받았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와 MET 표적항암제인 ‘오파티스(성분명 사볼리티닙)’를 병용하는 2상 임상시험(SAVANNAH)도 공개했다.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사용한 뒤 질병이 진행한 MET 과발현 EGFR 변이 환자에게 타그리소+오파티스를 함께 투여 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이 56%로 확인됐다. 반응 지속 기간(DoR) 중앙값은 7.1개월, PFS 중앙값(mPFS)은 7.4개월로 나타났다.
타그리소와 TROP2 표적 항체약물 접합체(ADC)인 다트로웨이(성분명 사볼리티닙) 병용요법에 대한 2상 임상(ORCHARD)에서도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왔다. 4㎎/㎏과 6㎎/㎏ 용량의 다트로웨이를 타그리소와 병용 투여한 결과, 환자의 ORR은 각각 43%, 36%로 나타났다.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폐암 환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 기간 연장뿐 아니라 치료 중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라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오시머티닙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편리한 치료 옵션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수잔 갈브레이스(Susan Galbraith)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연구개발 수석부사장은 “이번 ELCC에서 발표된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타그리소가 기준치료제임을 또 다시 증명했다”며 “질병 진행 시 오파티스 또는 다트로웨이를 추가하는 것이 치료 반응 기간을 더욱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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