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수퍼 을’된 현대오토에버, 뒷배가 정의선 회장?
||2025.03.30
||2025.03.30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지연으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관련기사 1ㆍ2).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현대차그룹에 순정 내비게이션을 공급하는 현대오토에버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토에버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지분 구조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오토에버 지분 대부분은 정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오토에버의 지분 구조는 현대차가 31.59%로 가장 많고 ▲소액주주 20.90% ▲현대모비스 20.13% ▲기아 16.24% ▲정의선 회장 7.33% ▲국민연금 6.66% ▲우리사주조합 0.20% 등이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면 정 회장이 현대오토에버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대주주인 계열사 모두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의 계열사 보유 주식을 보면 ▲현대차 559만8478주(2.67%) ▲기아 706만1331주(1.77%) ▲현대모비스 30만3759(0.32%)다.
만약 정 회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하도급 업체에서 시작된 문제였다면 현대차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 측에는 명확한 원인 규명 또는 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는 현대오토에버가 정 회장의 지배력이 강하기 때문에 불만 및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대오토에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업데이트 관련 내용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개된 내용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홈페이지에는 정기 업데이트 연 6회, 도로의 카메라 정보, 과속방지턱, 공사로 인한 낙석위험구간 등 운전 시 주의구간 등의 정보가 포함된 안전운행 업데이트는 월 2회 연간 24회가 진행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LGU+ 통신망을 사용해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지만 지난해 진행된 제네시스 내비게이션의 정기 업데이트는 고작 2회에 불과했다. 5차례의 업데이트가 진행된 2023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횟수다.
제네시스 측에 내비게이션 소비자 불만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현대오토에버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지만 업데이트 지연 이유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해줄 수 없다”며 “해당 사안은 현대오토에버에 문의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대오토에버의 입장은 달랐다. 회사 측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등의 서비스는 제네시스가 제공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업데이트 관련 내용은 제네시스에 문의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모델들은 대부분 내비게이션과 주행 보조 시스템이 연동되기 때문에 정기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는 만큼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도덕적인 문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 중심의 구조 탓에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 달리 현대오토에버는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연결 기준 3조71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내부거래(특수관계자 거래)는 3조4247억원이다. 매출의 92%에 달하는 비중이다. 2023년에도 내부거래 비중은 91%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는 정 회장이 받는 배당금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적 개선과 수익성 증가가 뚜렷해야 배당금을 높이는 데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 흡수합병 이후 꾸준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3개년 현대오토에버의 연결 기준 실적 추이를 보면 합병 이듬해인 2022년 매출은 2조7545억원이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4억원, 116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매출 3조650억원, 영업이익 1814억원, 당기순이익 1403억원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3조7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486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400억원가량 증가한 2244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752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오토에버는 실적 향상에 따라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합병 후인 2022년에는 주당 114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보다 62.9% 높아진 수치다. 2023년에는 25.4% 오른 1430원을, 2024년에는 24.5% 오른 178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한 계열사 배당 성장이 지속되면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추가 지분 매입이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호근 교수는 “정 회장 중심의 지분 구조를 가진 현대오토에버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만약 의도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식으로 하도급 업체의 실적을 높여 배당금을 편취하려 했다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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