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감염 원인 RSV… “공중보건 정책마련 시급”
||2025.03.30
최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집단 감염된 신생아들이 늘어나면서 보건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 RSV 예방 항체주사가 본격 도입됐지만 정책적 지원이 미비함에 따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국민 보건의료 증진을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제주 등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에서 RSV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RSV는 2세 이하 영유아 90%가 감염될 정도로 영유아 사이에서 흔하게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다. 특히 세기관지의 지름이 작은 영유아가 RSV에 감염될 경우 감기 증상으로 시작해서 모세기관지염,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실제 RSV는 늦가을과 겨울철 영유아들의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가장 흔한 입원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효과적인 RSV 예방 전략 수립이 공중보건 정책의 주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제2차 APEC 혁신적 예방접종 솔루션 정책 대화(이하 APEC 예방회의)’에서도 RSV 예방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해당 회의에서는 모든 신생아 및 영아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RSV 예방 항체주사 ‘니르세비맙’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보다 앞서 니르세비맙 접종을 시작한 호주, 칠레, 스페인 등 국가에서 니르세비맙의 효과와 정책적 도입 현황도 공유됐는다. 특히 세계 최초로 니르세비맙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NIP)에 도입한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 보건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니르세비맙을 투여 받은 6개월 미만의 영아에서RSV로 인한 입원이 미투여 영아에 비해 82%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독일의 경우 니르세비맙이 출시됐을 당시에는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도입되지 못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백신이 아닌 예방 옵션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도입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이후 출시 2년만에 예방 항체주사 니르세비맙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이로 인해 독일 내 영유아 가정에서는 비용 부담 없이 니르세비맙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올해 2월 출시된 니르세비맙이 아직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영유아 부모들이 접종을 원할 경우 자부담으로만 가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부담 접종은 RSV 예방에 있어 제도적 한계를 유발시키며 영유아들이 효과적인 예방 기회를 놓칠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빅터 멜트 캄포스 보건실무그룹회의 의장(페루 보건부 국장)는 “예방 옵션 도입 과정에서 정책 및 규제 체계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며, 정부-의료 관계자-연구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전통적인 백신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도 포괄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APEC 예방회의에 참석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과 서명옥 의원 역시 이 같은 내용에 동의했다.
두 의원은 초저출생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과 국가 단위의 예방접종 정책, 국제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정책적으로 활발한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만큼 니르세비맙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NIP)에 도입햐애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니르세비맙은 백신이 아닌 항체주사로 분류돼 ‘백신코드’가 없어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백신 프로그램(VFC)에 니르세비맙이 포함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첫 번째 RSV 계절에 RSV관련 하기도 질환으로 인해 병원에 방문한 영아 중 78%는 기저질환이 없는 만삭아로, 이를 통해 RSV 예방을 위해 모든 영아를 고려햐애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만 백신 위주로 구성된 NIP에 니르세비맙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유연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영유아 감염병 예방 효과를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