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 [새책]
||2025.03.29
||2025.03.29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
크리스틴 케르델랑 지음 | 배영란 옮김 | 308쪽 | 1만9000원
6명의 억만장자들, 일론 머스크(테슬라),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세르게이 브린&래리 페이지(구글),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국 국적을 가졌고 서른 살쯤에 막대한 부를 얻었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결정들이 정부가 아니라 한계를 거부하는 이 6명의 혁신적인 억만장자들의 머릿속에서 내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포보스의 2023년 3월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의 수는 총 2640명이다.
새책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에서 저자는 6명의 억만장자를 다루며, 이들 소수의 인물이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2024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초국가적인 기업’들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을 지휘하는 억만장자들 자체에 초점을 맞춰 시대를 읽는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비전이 과연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우리가 이들에게 미래를 전적으로 맡겨도 되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서는 특히 이들이 인류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고 믿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들이 스스로를 ‘구세주’라고 여기며 기술과 혁신을 통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저자는 오늘날 억만장자들이 추구하는 ‘유토피아’가 결국 인간 사회를 두 개의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계층으로 나눌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한쪽에는 기억력과 지능, 수명까지 증강된 엘리트 계층이 존재하고, 다른 한쪽에는 이러한 기술을 원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안 되거나, 원치 않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미 대통령 취임사에서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성장을 방관한 결과, 이제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기업과 개인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법”이라는 부제를 통해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마무리하며 “사람은 스스로 절제할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억만장자들의 비전에 따라 살아가게 될까. 책이 던지는 화두는 묵직하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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