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밸류업?… 현대차證 개미들, 배당금 반토막 울상
||2025.03.28
||2025.03.28
현대차증권이 주당 배당금을 절반 가까이 깎으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유상증자 발행으로 주식 수를 3000만주 이상 늘렸음에도 배당금총액을 유지한 결과다.
현대차증권은 연초 밸류업 공시를 발표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다졌으나 두 달도 안 돼 역행한 셈이 됐다. 주가는 올 들어 20% 넘게 빠져 주주들의 근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27일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빌딩에서 제7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안인 ‘보통주 주당 180원, 우선주 주당 418원’을 담은 현금배당 안건을 의결했다. 주주들이 제안한 현금배당 안건인 ‘유상증자 전 보통주 주당 500원, 우선주 주당 500원’은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7일 ‘현금·현물배당 결정’ 발표 당시 보통주 1주당 350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달 11일 180원으로 낮춘다고 정정했다.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 납입에 따른 유상증자 후 주식 수 기준으로 현금배당액을 정정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현대차증권이 발행한 유상증자 물량은 총 3012만482주(1620억원)다. 증자 전 주식수가 3171만2562주였던 것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 늘어난 셈이다. 증자 물량 중 1014만2239주는 현대차 등 최대주주·특수관계인 5인이 매입했고 나머지는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인 기관·개인투자자 등이 사들였다. 배당금을 대폭 깎았지만 배당금 총액은 140억원에서 141억원으로 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배당금 축소에 주주들 배당수익은 반토막 날 전망이다. 이날 결정한 주당 배당금(180원)은 지난해 주당 배당금(400원)와 비교해 220원 적다. 2023년(550원) 대비로는 3분의 1 수준이다. 배당을 발표한 증권사 16곳 중 주당 배당금을 줄인 곳은 3곳인데 그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배당금 총액 자체도 감소세다. 현대차증권 2022년 283억원을 배당금으로 내놓았지만 2023년 204억원, 2024년 156억원, 2025년 141억원으로 점차 줄여왔다. 소액주주 자체 몫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상증자 발행 전인 작년 말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액주주 1만9544명이 받을 배당금총액은 27억원이다. 2024년 1만7770명이 받았던 51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1년 동안 배당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배당수익률도 4.6%에서 2.9%로 급락했다. 3%대 초반인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못한 수준이다. 통상 증권사 주식가 시세차익보다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배당주로 통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주주들 원성은 크다. 종목 토론방에서 주주로 보이는 이들은 “비양심 회사, 지들이 일 못하고 사고 친 거 주주들한테 다 덤탱이 씌움”, “대기업이 개미 등쳐먹고 우리나라 참 답답하다”, ‘이 주식 함부로 매수하지 마세요. 다른 증권 주식 사세요’ 등의 원망 섞인 말을 하고 있다.
이는 밸류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에 따른 비난에 대응해 올 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발표했다. 공시에서 ▲배당성향 40% 이상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유지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 평균 상회 목표 등의 내용을 담았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도 지난달 7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며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밸류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밸류업 원년으로 삼은 첫 해부터 주주환원 계획이 삐걱대면서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27일 현대차증권 주가는 5840원으로 마감했다. 유상증자 결정 발표 직전인 작년 11월 26일 8800원 대비 33.6% 하락했고 작년 말 대비로는 21.5% 하락했다. 이 기간 상장 증권사 19곳(평균 10.2%) 중 가장 저조한 수익률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2% 정도 빠져 주당 배당금이 감소한 것"이라며 "주당 배당금이 감소했으나 배당성향은 오히려 10%포인트 높아진 39%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밸류업을 역행한다는 점도 밸류업을 2025·2026·2027년 3개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번 배당금은 2024년 배당금이라서 밸류업을 역행한다는 얘기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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