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 평론가 “콘텐츠가 뜨면 촬영지도 뜬다” [미래콘텐츠2025]
||2025.03.27
||2025.03.27
“영화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뉴질랜드는 인구가 450만명쯤입니다. 반지의 제왕 이후 관광객이 400만명쯤 방문하면서 반지의 제왕 주인공 이름을 따 ‘프로도 효과’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성지 일본 가마쿠라현은 인구 17만명이 사는 곳인데 매년 2000만명이 방문합니다. 콘텐츠와 여행이 연결된 ‘콘텐츠 투어리즘’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IT조선이 웨비나 방식으로 개최한 ‘2025 대한민국 미래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조선미디어그룹 디지털전환 전문 매체 IT조선이 개최한 2025 대한민국 미래 콘텐츠 콘퍼런스는 잘 만든 콘텐츠의 비즈니스 활용 방안을 다루는 행사다. 정 평론가는 이날 ‘K콘텐츠와 콘텐츠 투어리즘’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을 예로 들어 콘텐츠 투어리즘을 설명했다. 언어의 정원은 비가 내릴 때마다 선생님과 학생이 도쿄 신주쿠 공원에서 만나 서로의 감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정덕현 평론가는 “보통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많지 않은데 언어의 정원 배경인 신주쿠 공원은 거꾸로 비가 올 때 정취가 생기는 공간이다”라며 “언어의 정원은 콘텐츠와 여행지가 맞물렸을 때 그 여행지가 가진 독특한 정서가 새로 생겨난 ‘콘텐츠 투어리즘’의 힘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콘텐츠 투어리즘을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과 서울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이런 시점에 콘텐츠 투어리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촬영지인 서울 쌍문동 시장이나 방탄소년단(BTS)이 지금의 위상이 되기 전 자주 들렸다는 유정식당 같은 곳은 K콘텐츠에 관심 있는 외국인 코어팬덤이 방문하는 ‘성지’로 꼽힌다. 이런 곳을 사진 한번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자체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강화군 교통초등학교도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곳인데 그 학교의 운동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아니라 한국의 학교와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놀이 문화를 스토리텔링과 결합하면 충분히 재미있는 문화 알리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시즌2 굿즈로 내놓은 상품을 보면 제기차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같은 한국문화 체험이 가능한 걸 선보였는데 이런 게 늘면 충분히 콘텐츠 투어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K콘텐츠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특정 장소를 방문해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아니라 문화 자체를 체험하도록 알리려면 스토리텔링 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콘텐츠 투어리즘을 활용해 성과를 낸 곳들이 있지만 그 사례가 제한적이라서다.
정덕현 평론가는 “우리나라에도 2019년 방영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동백(공효진)’이 운영한 술집 ‘까멜리아’를 보존한 촬영지 포항 구룡포는 2018년까지 관광객 수가 29만명쯤이었는데 2019년 43만명까지 급증한 사례가 있다”며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관광과 연계해 특정 지역의 공간과 문화를 스토리텔링하는 콘텐츠·컬처·관광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와 함께 지난해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등 K콘텐츠 촬영지 30개소에 QR코드를 활용해 4개 국어 도슨트를 제공하는 ‘소울 스팟’을 설치했더니 10월부터 12월까지 2만명이 넘게 다녀가 올해는 더 확대 운영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미디어를 보고 ‘이거 재밌다’ 했던 경험을 ‘여기 가보고 싶다’는 관광 경험으로 바꿀 관광객의 특권을 찾아낸다면 콘텐츠 투어리즘을 활성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변인호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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