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급 전기차도 몰려든다… 지커, 법인 설립 마쳐
||2025.03.26
||2025.03.26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고율의 관세로 인한 미국과 유럽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BYD에 이어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그룹 지리홀딩스의 고급 브랜드 ‘지커(Zeeker)’도 국내 법인을 설립하는 등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3일 대법원 법인등기 기록을 버먄 지커는 2월 28일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법인의 정식 명칭은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다. 회사의 법인 설립 목적은 ▲자동차 및 이와 관련된 제품들의 수입 사업 ▲자동차 및 이와 관련된 제품들의 유통·판매·서비스 사업 ▲자동차 배터리 및 관련 시스템 소재의 개발·제조·가공·판매·임대 서비스업 등이다. 자본금은 1억원이고 주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이다.
지커코리아의 대표이사직은 차오위 지커 동아시아 총괄이 맡는다. 또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을 사내이사로 등록됐다. 김남호 사내이사는 현재 유일한 한국인 임직원이다. 지커코리아는 한국인 직원이 김 이사를 빼고는 없다.
회사는 현재 한국 시장 분석을 위한 작업과 딜러사 선정 등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호 전 총괄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도 그의 높은 업계 이해도를 이용해 한국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표 등록도 완료했다. 이달 17일에는 자사 로고 국내 상표 등록을 마쳤으며 SUV ‘7X’의 상표도 출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7X이 국내 시장 첫 모델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7X는 중형 SUV로 최고출력 사륜구동 기준 639마력을 발휘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543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후륜 구동 모델과 사륜구동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유럽 판매 가격은 각각 5만3000유로(8431만원), 6만3000유로(1억22만원)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와 달리 지커는 고급화ㆍ고성능 전략을 선택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커가 국내에 출범할 경우 제네시스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커는 지리자동차그룹에서 2021년 분사한 전기차 제조사다. 회사는 창립 직후부터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창립 1년 후인 2022년에는 글로벌 판매량 7만1941대를 기록했다. 또 2023년에는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선 11만8585대를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는 22만2123대를 판매하며 두 배가량 성장했다.
한국 시장을 노리는 건 지커 뿐 아니다. 중국 4위 완성차 제조사인 창안자동차도 한국 진출을 위해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회사는 최근 한국 사업을 담당할 인력 구축을 위해 수입차 업계 임원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창안자동차는 올해 초부터 헤드 헌터를 통해 한국 사업 담당자를 찾고 있으며 연내 한국 법인 설립을 설립하고 조직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안자동차는 산하에 디팔(DEEPAL)과 아바타(AVATR) 등 2개의 전기차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어떤 브랜드의 모델을 판매한다는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창안자동차는 BYD와 지커의 성과에 따라 어떤 브랜드를 투입할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펑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현재 세계 30개국에 진출했으며 이를 60개국으로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 역시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업계에 따르면 샤오펑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주요 지역으로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인 립모터와 샤오미 산하 전기차 업체 샤오미 오토 등도 한국 시장 진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한국 진출을 노리는 것은 대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중국의 전기차 산업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말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45%까지 인상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벗어나는 보조금을 업체에 지급해 가격을 낮춰 시장을 어지럽혔다는 게 이유다.
관세로 인해 중국차 판매량은 급감했다. 늘어난 비용이 찻값에 적용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40% 수준 떨어졌다. 11월 판매량 역시 전월보다 4분의 1로 줄었다.
미국ㆍ유럽 시장의 제동에 중국 내 과잉생산 문제까지 겹쳤다. 해외 수출길이 막히면서 중국 내 과잉 생산된 물량이 갈 길을 잃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지 내 쌓인 재고를 처리할 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가까운 거리로 운반비 측면에서도 이점을 얻을 수 있어 대한민국을 최적의 대체 시장을 꼽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을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진출을 앞둔 중국산 브랜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동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산’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져 전기차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중국산 전기차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상용차 시장이 중국산에 점령당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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