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美에 31조 투자…트럼프 관세 앞에 ‘현지화 전략’
||2025.03.25
||2025.03.25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 대응해 미국에 총 210억 달러(한화 약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순차적으로 집행될 이 투자에는 전기차 생산 확대, 제철소 신설,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육성이 모두 포함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발표 행사에서 “앞으로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의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마련됐으며, 트럼프가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상호관세’ 정책을 앞두고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내놓은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자동차 생산 부문에 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 부문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부문에 63억달러로 나눠 집행할 계획이다. 자동차 생산 부문에서는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증설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미국 내 총 120만대 이상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트럼프의 강성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현대차의 결정은 한국 기업 전체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투자 항목은 루이지애나주에 신설될 전기로 제철소다. 연간 270만톤 규모로, 저탄소 자동차 강판 생산에 특화된 이 공장은 미국 내 현대차 공장에 들어갈 차량용 철강재를 전량 자체 생산한다. 특히 이 철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 고율 관세를 예고한 외국산 철강 품목에 해당돼,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해소하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트럼프는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므로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이 투자는 우리가 추진 중인 관세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표 행사 중 정 회장을 향해 “혹시 인허가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직접 오라. 곧바로 해결해주겠다”며 노골적인 협조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래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미국 유수 기업과 협력하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 그룹 산하 미국 법인의 사업화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번 투자 계획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제도 시행을 앞두고,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내놓은 해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상호관세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동일한 비율의 보복성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한국 역시 그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은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루이지애나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로, 이번 제철소 부지는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지역구다. 트럼프는 “현대차의 루이지애나 투자는 14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산업 재건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에도 자국 내 투자도 병행한다. 올해 한국에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 3천억 원을 투자해 R&D, 설비투자, 전략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이 어떻게 주도권을 잡고 생존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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