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재고자산 32조 원을 돌파하며 자동차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는 전년 대비 12.3% 증가한 수치로, 현대차는 19조 7910억 원(13.7% 증가), 기아는 12조 4190억 원(10.1% 증가)을 기록했다.
▲ 재고 자산이 늘어 고민이 깊어진 현대기아자동차
문제는 재고가 단순히 늘어난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얼마나 빨리 소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경우 2022년 8.8회였던 회전율이 2023년 8.2회, 2024년 7.5회로 3년 연속 떨어졌다.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국내 수요 감소와 쌓이는 재고재고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지난해 이어진 경기 불황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에서 약 600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정작 국내 시장이 위축되며 전체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랜저와 팰리세이드처럼 한때 시장을 주름잡던 인기 차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판매 부진으로 이들 차량은 고스란히 창고에 쌓여 재고로 남았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예고, 설상가상
설상가상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업계에 새로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는 “한국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줄어든 국내 수요를 해외 수출로 메우던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오는 4월 2일 자동차와 철강 제품을 포함한 상호관세 비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미 재고 문제로 위태로운 한국 자동차 시장에 어떤 파장이 닥칠지 주목된다.과제와 전망재고 32조 원이라는 숫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직면한 도전의 크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시장 회복이 더딘 가운데, 해외 수출마저 관세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재고를 줄이고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신차 출시, 전기차 라인업 강화, 그리고 새로운 수요 창출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연 현대차와 기아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